성균관(成均館)하면 으레 남성이 연상된다. 공자(孔子), 유림(儒林), 유생(儒生) 등 상징하는 단어들이 모두 남성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사극(史劇)에서 당대의 정치 현안에 대해 집단 상소(上疏)를 하거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수업 거부 등 실력 행사를 하던 유생들의 모습도 떠오른다. 유교를 가르치고 보급하는 기관으로서 여성이 뛰어들 공간이라곤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세상의 변화가 성균관이라고 비켜갈 리 없다. 요 몇 년 새 여성의 참여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한다. 실제로 매년 두 차례 치러지는 성균관의 석전대제(釋奠大祭)에 여성도 집사로 참여하고 있다. 전국 234곳의 향교 중에는 여성이 임원으로 있는 곳이 적지 않다. 최근덕 관장은 지난해 자신의 임기 중에 여성을 부관장으로 기용하겠다고 약속했다. 한 성균관 관계자는 올봄에는 이 약속이 실현될지도 모른다고 귀띔했다.
▷그제는 장하진 신임 여성부 장관이 성균관을 방문해 최 관장과 마주 앉았다. 그동안 성균관과 유림은 호주제 폐지를 추진해 온 여성부에 대해 ‘없어져야 할 부처’라며 반발해 온 터여서 두 사람의 만남은 그 자체로 화제였다. 두 사람은 “여성의 사회 참여가 확대되고 있는데 육아 책임이 여성에게만 있다.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 “가정도 그렇고 사회도 그렇고 양성(兩性)이 서로 화합해야 한다”(최 관장), “전통 가족의 좋은 점을 가족 정책에 반영하겠다. 유림과 협조하고 싶다”(장 장관)며 덕담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호주제 폐지 문제와 관련해 양측의 이견은 여전히 팽팽하기만 하다. 성균관 측은 “호주제가 폐지되면 가문과 종중(宗中)이 없어지고 가족도 해체된다”며 위헌 심판에 기대를 걸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그러나 여성부는 이미 여야 합의로 결정된 만큼 되돌릴 수 없다는 의견이다. 두 사람의 만남에선 상생(相生)이란 단어가 여러 차례 나왔지만 ‘남녀 상생’이 완벽하게 이뤄져 진짜 ‘성균(性均)’으로 가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송영언 논설위원 young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