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가운데 한 사람이 세금을 체납해 부부 공동 소유의 어음이나 채권 등을 압류할 경우 체납 당사자의 지분인 절반만 압류할 수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창석·金昌錫)는 지방세를 체납해 집 금고에 보관 중이던 약속어음과 국민주택채권을 압류당한 남모 씨(60)가 서울시를 상대로 압류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11일 “압류 재산이 부부 공유 재산인 만큼 체납 당사자의 지분(2분의 1)을 넘는 부분에 대한 압류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2000년 이후 지난해까지 남 씨는 주민세 등 5742만 원의 지방세를 체납했다가 지난해 5월 서울시로부터 약속어음(2900만 원)과 국민주택채권(1만∼500만 원) 4장을 압류당하자 소송을 냈다.
남 씨는 “약속어음은 김모 씨에게서 물품대금으로 받아 아내에게 할인을 부탁하며 맡겼으나 할인대금을 받지 못한 만큼 소유자는 김 씨”라고 주장했다. 국민주택채권도 당초 처분하려던 것을 아내가 자신에게 800만 원을 주고 산 것인 만큼 아내 소유라고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별다른 직업이나 재산이 없는 아내에게 어음 할인을 부탁한다는 건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남 씨의 주장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어음과 채권을 부부 중 어느 한 사람의 재산으로 보기 어려운 부부 ‘공유 재산’으로 판단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