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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세상/장영근]한국형 재난감시위성 왜 미루나

입력 | 2005-01-14 18:16:00


지난해 12월 26일 남아시아의 휴양지와 도시들이 강진과 해일에 의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엉망이 돼 버렸다. 10만 명 이상의 인명이 희생되고 천문학적인 재산 손실을 입었다. 관광객이 촬영한 비디오는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거대한 해일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다. 한편 미국도 60년 만의 기상이변으로 산사태, 홍수 등 자연재해의 위력을 절실하게 경험했다. 인류가 거대한 자연재해 앞에 얼마나 무기력한 존재인가를 새삼 깨닫게 한다. 그렇다고 넋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 과연 인류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20세기 산업화에 따른 각종 오염의 증가는 온난화 등 지구환경 변화를 유발하고 있다. 빙하가 녹고 산사태가 나는 등 예고 없는 재난이 인류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고 있다.

이뿐 아니다. 사람들은 우주에서 움직이는 혜성이나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해 인류를 멸망시킬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갖고 있다. 13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혜성 충돌의 임무를 띤 위성 ‘딥 임팩트(Deep Impact)’를 발사했다. 이 위성은 혜성의 궤도에 들어가 충돌하는 임무를 갖고 있다. 혜성이나 소행성의 지구 충돌에 대비해 이들을 파괴하거나 진로를 바꿀 수 있는지를 조사한다. 유럽 우주국도 이와 유사한 ‘돈키호테’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우주로부터의 재난은 모르겠으되, 우리는 적어도 지구에서 일어나는 재난은 상당 부분 피할 수 있다. 지진, 해일 그리고 화산 분출에 의한 재난 등은 감시시스템만 제대로 구축하면 예측과 경보가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재난 감시시스템은 지상에 설치되는 것과 항공기에 탑재해 사용하는 방식이 있다. 하지만 전 지구적 규모의 감시가 이뤄지려면 인공위성을 활용하는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다. 물론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비용과 기술 측면에서 국제적 협력이 절대적이다.

2003년 7월 34개국의 장관과 25개 국제기관의 대표들이 모여 ‘지구관측회의’를 개최했다. 이 회의를 통해 전 지구적 관측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국제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합의가 이뤄졌다.

현재 전 지구가 하나가 돼 일제히 기상관측을 실시하고 데이터를 취득하는 ‘세계기상감시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이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정지궤도 및 저궤도 위성시스템’이다. 이로부터 얻은 관측데이터는 회원국가에 무료로 제공된다.

우리나라도 일본과 미국의 기상위성으로부터 데이터를 수신받아 각종 재난에 대비한 기상 예측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은 국제협력 회의에 주도적 역할을 하기보다는 ‘남들이 뭐하나 보는’ 아웃사이더의 태도를 취해 온 것이 사실이다. 우리의 국제 위상을 고려해 앞으로는 좀더 적극적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지진이 잦은 이웃 일본은 앞으로 20년 동안의 10대 핵심기반기술을 선정했는데 이 가운데 2015년까지 전 지구적 규모의 감시시스템을 개발한다는 것이 포함돼 있다.

우리도 과학기술부가 수행한 ‘2030년 과학기술 예측조사’에서 지구 전체의 환경 변화를 24시간 동안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이들 정보를 통합 분석해 전 세계에 데이터를 전송하는 시스템 개발이 한 가지 목표로 명시돼 있다. ‘한국형 감시시스템’이 세계 재난 방지에 기여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항공우주공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