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한인 젊은이들이 중심이 돼 올려지는 팝페라 ‘레인’의 기획자 임오균 씨(왼쪽)와 주인공 레인 역의 소프라노 김수정 씨. 뉴욕=홍권희 특파원
한국의 젊은이들이 뉴욕에서 ‘팝페라’라는 새로운 장르의 막을 세계 처음으로 무대에 올린다. 특히 이들은 ‘세계 평화를 기원한다’는 한 뜻으로 뭉친 자원봉사자들이어서 뉴욕 음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팝페라(Pop+Opera)는 팝 음악으로 오페라를 만든 것. 국내에 임형주 등 팝페라 가수가 있지만 오페라처럼 여러 명이 출연하는 무대로 꾸며지는 것은 세계적으로 이번이 처음이다.
팝페라는 유행가요를 통해 청중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새 장르. 이 분야에 처음으로 눈뜬 사람은 임오균 씨(31)다. 경희대 성악과를 졸업한 뒤 뉴욕 메네스음대 대학원에 유학중 ‘9·11 테러’를 목격한 임 씨는 세계평화를 위한 무대를 골똘히 생각하다가 6·25전쟁을 소재로 한 팝페라 ‘레인’을 구상하고 동지를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체계가 잡힌 것은 2002년 5월이었다. 메네스음대 토머스 털티스 교수가 “한인과 미국인들이 합작하면 좋겠다”며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알음알음 이 작업에 동참한 음악인이 무려 200여 명. 임 씨는 “세계 평화라는 명제 아래 대부분이 무보수로 작업에 참여하겠다고 약속해 무척 놀랐다”고 회상한다.
털티스 교수가 제자들을 중심으로 구성한 오케스트라단 32명과 합창단 등 미국인들은 평소의 30% 수준의 개런티로 이 작업에 참여중이며 한인 청년 음악가들은 모두 무보수. 홍보를 맡은 김미나 씨(31·프랑스 경영대학원 재학중)를 비롯해 10여 명의 젊은이들이 돈 한 푼 받지 않고 밤을 새워가며 ‘레인’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팝페라 ‘레인’은 북한 인민군 대령의 딸인 레인(김수정 분)이 사랑하는 미군 정보부 소속 피터 앤더슨(조셉 메이욘 분)을 살해하라는 아버지의 명을 어기고 자살한다는 비극적 스토리. 음악을 제작한 털티스 교수는 “한미 합작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이 너무 아름답다”면서 “셀린 디옹이 부를 법한 팝 음악이 전편에 흐른다”고 말했다.
제작비 10만 달러(약 1억400만 원)를 마련하기 위해 신혼집마저 저당 잡힌 임 씨는 이번달부터 후원기업을 찾아 나설 예정이다.
뉴욕=홍권희 특파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