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금을 털어내고 서둘러 공사를 마치는 게 주민들에 대한 보답 아니겠습니까.”
14일 오전 울산 북구 중산동 음식물 쓰레기 처리시설 공사현장.
주민들이 “악취피해가 우려된다”며 1년 이상 건설 저지운동을 벌인 곳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순조롭게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사업 시행자인 ㈜V&E의 한인구(韓麟九·42) 현장소장은 “모처럼 공사장에 생기가 돈다”며 활짝 웃었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시설 공사가 재개된 것은 3일 전. 처음 공사가 시작됐던 2003년 12월 이후 1년 1개월만이었다.
이 시설은 배심원단에 의해 ‘혐오시설’ 건립이 확정된 전국 첫 사례로 꼽힌다.
1995년 김두관(金斗官) 당시 경남 남해군수가 공동묘지 부지를 선정하기 위한 ‘민원 공개법정 배심원제’를 도입한 적은 있으나, 자치단체가 아닌 시민사회단체에서 추천한 배심원이 이 같은 시설 건립을 결정한 선례가 없기 때문.
주민 대표인 주영란(朱英蘭) 씨는 “배심원단의 공사재개 결정을 흔쾌히 받아들였다”며 “완벽하게 공사를 시행하고, 완공 이후에는 시설운영에 주민을 참여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구청은 2001년 11월 하루 처리용량 30t인 음식물 쓰레기 처리시설을 짓기로 하고 2003년 12월 착공했으나 주민 반대로 차질이 거듭됐다. 준공 예정일도 세 차례나 늦춰졌다.
주민들은 “아파트 단지에서 400m 밖에 떨어지지 않아 악취피해 등이 불가피하다”며 농성을 벌였고, 지난해 11월에는 초등학생 자녀의 등교까지 거부하는 사태로 번졌다.
결국 지난해 12월 구청과 주민들이 배심원제 도입에 합의하고 같은 달 29일 배심원 투표로 공사재개를 결정했다. 고소 고발 등을 모두 취하하고 인근 주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기반시설 등을 마련해 주는 조건도 사태해결에 도움이 됐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