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의 유력 정치인들이 2001년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NHK 프로그램 제작진에게 부당한 압력을 가했다는 아사히신문의 보도가 일본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NHK가 아사히신문에 사과와 정정보도를 요구하자 아사히는 “보도 내용에 문제가 없다”며 일축했고, 다른 매체들도 평소 성향에 따라 상반된 주장을 내놓고 있다.
해당 정치인들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지만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청문회를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공세를 펴고 있다.
▽“자민당 실력자가 공영방송에 압력”=아사히신문에 따르면 4년 전 NHK에 압력을 가한 이는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현 경제산업상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간사장 대리.
NHK는 2001년 1월 30일 위안부 문제를 다룬 특집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제작진에 따르면 방송 전날인 29일 두 의원이 NHK 간부들을 불러 “일방적으로 방송하지 말라” “공평하고 객관적으로 만들라”고 요구했다.
결국 해당 프로는 ‘위안부 제도는 인도에 어긋나는 죄이며 일왕에게 책임이 있다’는 결론을 대폭 축소한 채 방영됐다.
▽진실게임, 누구 말이 맞나=NHK는 14일 “사실과 다른 내용이 보도돼 신뢰가 손상됐다”며 아사히신문에 사과와 정정보도를 요구했다. 아베 간사장 대리와 나카가와 경제산업상도 외압 사실을 부인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러나 아사히신문은 “두 의원과 NHK 간부를 포함한 관계자에 대한 취재를 거듭했다”고 반박했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