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뉴스 말고는 아무 정보가 없었다. 피해지역의 지인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상황을 알아봐야 했다.”
1995년 1월 17일 6400여 명이 숨진 고베(神戶) 대지진 발생시 일본 총리였던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81·사진) 씨는 지진 발생 10주년을 맞아 당시의 한심했던 내각 위기관리 체계를 이렇게 회고했다.
17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당시 무라야마 총리는 당일 오전 5시 46분 지진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오전 6시 조금 지나 TV 뉴스를 보고 처음 알았다. 지진 발생 1시간가량 뒤인 오전 6시 40분경 내각 정보조사실이 총리 관저 비서실에 팩스로 보고했지만 직원이 자리를 비워 총리에게는 전달되지 않았다.
무라야마 총리는 TV 뉴스에 교토(京都)와 시가(滋賀) 현 피해 상황만 나오자 고베 지역에 사는 지인들에게 직접 전화를 해보고 엄청난 피해를 알았다고 한다. 결과적으로는 엉터리였지만 ‘사망자 200여 명’ 보고를 받은 것도 이날 낮 회의 때였다.
그는 “조금만 빨리 대처했더라면 희생자를 줄일 수 있었다는 생각에 아직도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당시 자위대가 현장에 출동한 것은 지진이 나고 4시간 반가량 지난 뒤였다.
고베 지진을 계기로 일본 총리 관저에는 24시간 가동하는 정보집약센터와 위기관리 전담 부서가 신설됐다. 이 덕택에 지난해 10월 니가타(新潟) 현 주에쓰(中越) 지진 때에는 지진 발생 4분 만에 총리 관저에 대책실이 설치됐고 자위대 헬기는 지진 발생 후 36분 만에 정보 수집을 위해 비행장을 이륙했다.
도쿄=조헌주 특파원 hans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