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새만금 간척사업은 국회나 대통령 산하에 민관위원회를 구성해 간척지의 용도를 특정한 뒤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법원의 조정권고안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강영호·姜永虎)는 환경단체 등이 ‘새만금 간척사업 계획을 취소해 달라’며 국무총리와 농림부를 상대로 2001년 낸 정부조치계획취소 청구 소송에서 17일 이런 내용의 조정권고안을 내고 “그때까지 방조제를 막지 말라”고 주문했다.
이 권고안은 원고(환경단체)와 피고(정부)가 14일 이내에 이의제기를 하지 않을 경우 확정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게 된다.
그러나 어느 한쪽이 불복할 경우 권고안은 무산되고 재판부는 다음 달 4일 정식 재판을 통해 사업계획의 유·무효에 대한 1심 선고를 하게 된다.
권고안이 사실상 사업계획의 전면 재검토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양측이 이를 받아들이든, 어느 한쪽이 거부해 1, 2, 3심 판결을 거치든 어떤 경우에도 사업의 장기 표류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재판부는 이날 권고안에 담은 ‘재판부 입장’을 통해 “새만금 같은 국가적 사업을 조급히 서두르다가 ‘제2의 시화호’로 만드는 것은 후손에게 저지르는 가장 큰 죄악이 될 것”이라며 “사업의 규모와 중요성을 감안할 때 그간 제기된 여러 문제점을 다시 한번 검토하는 것은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아울러 소모적 논란을 막고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간척지 활용용도(농지인지, 복합산업단지인지 등) △수질 오염원 차단 특별 규정 △예산 확보 규정 △사업 전반을 점검할 기구 신설 △정책 결정의 중대 과실 및 허위 보고 등에 대한 문책 조항 등을 담은 특별조치법 제정을 국회에 제안했다.
환경단체는 이날 재판부의 권고안을 환영하고 나섰지만 농림부와 전북도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결과가 주목된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