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정부 사과하라”한일협정 문서 일부가 공개된 17일 서울 외교통상부 청사 앞에서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회원들이 한일 양국 정부에 사과 및 보상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미옥 기자
정부가 한일협정 문서 일부를 공개한 17일 태평양전쟁 피해자 단체들은 피해자 배상에 관한 협상에서 한국 정부가 취한 불성실한 태도를 비난하고 정부의 보상 및 관련 문서 추가공개를 요구했다.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양순임(梁順任) 대표는 “한일 양국 정부가 민족사적인 문제에 관해 희생자들을 무시한 채 야합했다는 사실을 용납할 수 없다”며 “일본이 개개인에게 직접 배상하겠다고 나섰음에도 배상금을 일괄적으로 받은 한국 정부도 일본 못지않게 비도덕적이고 비인도적”이라고 주장했다.
희생자보상추진협의회 이희자(李熙子) 대표는 “이번 문서 공개로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을 회피한 한국 정부의 책임 여부가 문서상으로 명백히 입증돼 피해자들에게 보상의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원자폭탄 피폭 및 군위안부와 관련된 피해자들은 1965년 한일협정 당시 자신들의 피해보상이 협상의 대상조차 되지 못했던 사실을 강조했다.
한국원폭피해자협회 곽귀훈(郭貴勳) 대표는 “이번 문서 공개를 계기로 한국 정부에 피폭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윤미향(尹美香) 사무총장은 “외교통상부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인정했듯이 한일협정에서 군위안부의 보상 문제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는 것이 문서를 통해 드러났다”며 “우리는 문서 내용과 관계없이 국제적 압력을 통해 일본 정부의 사죄와 보상을 계속적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일협정 문서공개를 촉구해온 강제동원진상규명시민연대를 비롯한 피해자 단체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느티나무카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진상규명을 위해 한국과 일본 양국 정부의 추가 문서 공개를 촉구했다.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도 이날 오후 일본대사관과 외교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일 양국의 공개 사과와 희생자에 대한 한국 정부의 보상을 촉구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