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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마당/권문용]도산선생 가르침에 ‘부자의 길’ 있다

입력 | 2005-01-17 18:05:00


도산 안창호 선생을 서울 강남의 도산공원 안에 모셔놓고 있다. 그곳에 있는 기념사업회에서 새해부턴 청소년들에게 인터넷 방송을 통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리를 가르치자는 토론이 있었다.

1912년 도산 선생은 미국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 시의 오렌지 농장에서 일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조선인들을 규합해 글을 가르치고 오렌지 따는 방법 등을 가르쳤다. 그러나 당시 나라를 빼앗긴 조선 사람들은 국적이 없어 농장에 취업할 수가 없었다. 도산 선생이 미국 국무장관에게 이 문제를 편지로 호소했더니 국무부 측은 ‘당신이 인정하는 사람들에겐 조선 국적을 인정하겠다’는 관대한 조치를 해 주었다. 이 선각자는 그 답신을 보고 미국식 민주주의에서 희망을 발견했다. 그래서 이 체제를 조선에 도입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또 도산 선생을 중심으로 뭉친 조선인들은 생산성을 일본이나 중국인에 비해 2, 3배 올리니 임금도 이에 따라 올랐다. 여기에서 열심히 일한 만큼 대우받는 자유 시장 원리를 조선에 펼쳐야겠다고 다짐했다.

도산 선생은 이런 미국의 민주주의를 누가 이끌어 가느냐는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 결론하여, 이 체제는 지도자가 아니라 일반 시민이 이끌어 가는 것임을 절감하게 된다. 1861년 3월 4일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취임식 전 예배에서 “미국의 민주주의는 하늘이 내려준 축복이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이 지상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을 들었다. 링컨 대통령은 이를 메모해 뒷날 게티즈버그 연설에서 인용한다. 시민이 대통령에게 민주주의를 가르친 것이다. 도산 선생도 그런 뜻에서 시민교육 운동을 시작했을 것이다.

지난해 3월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에서 열린 도산 안창호 선생 제66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초등학생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도산기념사업회에서의 토론은 이어졌다.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영국 마거릿 대처 총리는 “부자를 없앤다고 가난한 사람이 결코 부자가 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중국의 덩샤오핑은 “부자를 많이 만들자. 그러면 가난한 사람도 부자가 된다”고 했다. 세기의 지성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도 ‘노예로 가는 길’에서 “정부에 의한 경제적 자유의 침해는 모든 사람을 노예로 만드는 일이다”고 선언한다. 바로 이런 원리를 가르치자는 것이다.

1964년 우리나라는 1억 달러 수출을 달성했다. 40년 만인 작년에 우리 수출은 2542억 달러를 달성했다. 자유 시장경제 원리가 이룩한 우리의 사례다. 그러나 폴란드보다 더 많다는 우리의 정부 규제를 과감히 풀었다면 작년 수출이 3000억 달러도 훨씬 넘었을 것이다. 2만 달러 소득도 거뜬했을 것이요, 청년실업 문제도 지금 같지 않았을 것이다.

최근의 뉴라이트 운동, 청소년 경제교육을 위해 2만∼3만 명을 훈련시키고 있는 주니어 어치브먼트(junior achievement) 운동, 도산기념사업회가 펼치는 캠페인 등 그 주체가 누구라도 각자 자기 분야에서 노력하고 분발하자. 부자는 부자대로 미국의 빌 게이츠처럼 상속세 많이 내기 운동과 같은 청부(淸富)운동에 앞장서자.

우리 모두가 이 소중한 자유 시장경제 원리를 되새기고 확산시켜 나간다면 도산 선생도 이렇게 말씀할 것이다. “이 길은 모두가 부자가 되는 길이다.”

권문용 서울 강남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