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대학가는 2학년으로 올라가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홍역을 치른다. 2학년부터 시작되는 전공 배정을 둘러싼 고민과 걱정 때문이다. 교육인적자원부의 ‘모집단위 광역화’ 방침에 따라 각 대학은 1999년부터 신입생을 학과가 아닌 학부 내지 계열로 묶어 선발해 왔다. 당시 정부가 내세운 모집단위 광역화의 취지는 학문 분야 간의 경쟁을 유도하고 1학년 때 여러 학문의 특성을 고루 습득하게 해 다양한 학문에 능한 지성인을 배출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행 몇 년이 지난 지금, 그 부작용은 간과할 수준을 넘어섰다고 생각한다. ‘학문 간 정당한 경쟁 유도’라는 취지는 이른바 ‘비인기’ 분야 학문을 더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일자리 얻기가 갈수록 힘들어지는 현실을 고려해 취업에 모든 초점을 맞추는 대학생들에게 취업 전망이 불투명한 순수 학문 분야는 기피 대상일 뿐이다. 취업에 유리한 일부 학과에만 지원자가 몰리니 순수 학문 분야에는 1학년 학점이 낮아 자신이 원하는 학과의 지원 경쟁에서 탈락한 학생들이 타의로 배정된다.
순수 학문 분야는 뒤처진 학문으로 평가받고, 일부 학과는 취업이 잘된다는 이유로 전공 배정에서 많은 지원자가 몰리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1학년 때 학점이 낮아 어쩔 수 없이 순수 학문을 전공으로 선택한 이들과 입학 때부터 그 학문을 공부하겠다는 뚜렷한 각오를 갖고 공부하는 학생들은 학문 자체에 대한 애정은 물론 책임감도 다를 수밖에 없다.
학문 간의 불균형한 관심과 애정으로 대학가는 멍들어 가고 있다.
안상준 성균관대 영어영문학과 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