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홍구 작 ‘Who am I’ (2004년)
서울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에서 2월 26일까지 열리는 ‘시각서사(視覺敍事)’ 전은 오랜 전통을 갖고 있는 미술이 영상매체의 눈부신 성장 속에서 어떻게 영화로부터 자양분을 제공받았는지에 초점을 맞춘 이색전시다. 이 미술관 이명옥 관장은 “최근의 미술작품들은 단지 보여주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화처럼 뭔가 이야기를 하는 비중이 높아졌다”며 시각서사라는 제목을 붙인 배경을 설명했다.
출품 작가는 강홍구, 김범수, 김세진, 김창겸, 박경주, 박태규, 박혜성, 박화영, 이광호, 이중재 씨. 강홍구 씨의 ‘Who am I’는 영화 스틸사진 속에 작가의 젊은 시절 모습을 합성한 작품으로 자신의 정체성과 영화에 투사된 욕망의 문제를 표현했다. 김범수 씨의 ‘Hidden Emotion’은 각종 필름들을 모아 붙여 라이트 박스에 담은 작품으로 색다른 평면회화 효과를 낸다. 김창겸 씨는 관람객의 동선과 시선에 따라 자신의 자화상과 마오쩌둥의 얼굴이 번갈아 보이는 작품을 통해 스크린 안과 밖의 소통을 시도했다.
광주의 극장에서 영화간판을 그렸던 박태규 씨는 영화 ‘만추’와 ‘와이키키 브라더스’ 등을 4.8m의 대형 간판으로 그리는 한편, 광주천 생태를 다룬 13분짜리 다큐멘터리 영상 ‘광주천의 숨소리’를 만들었다. 02-736-4371∼2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