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백두대간
청년 알렉스는 애인과 걸어가던 길에 낯선 여성 아메에게 반해 그녀를 쫓아간다. 아메는 소설가인 남편을 따라 덴마크를 방문 중이다. 그날 밤 두 사람은 아메의 남편이 자리를 비운 호텔에서 사랑을 나눈다. 이튿날 아침 알렉스는 깜짝 놀란다. 살던 집이 사라지고 친구와 아버지, 애인조차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 알렉스는 당혹감 속에 아메와의 약속장소로 달려간다.
덴마크 신예 감독 크리스토페르 뵈의 장편 데뷔작 ‘리컨스트럭션’은 아주 복잡하다. 동시에 아주 간단하다. 이 영화는 “이건 영화다. 모두 허구다. 그럼에도 가슴이 아프다”는 내레이션으로 처음과 끝을 맺는데, 이 말은 관객에게 두 가지 핵심적인 관람 포인트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머리’로 보기다. “이건 영화다. 모두 허구다”는 말에 농축돼 있듯 이 영화는 내용과 형식 자체가 ‘사랑’에 대한 거대한 은유다. 이렇게 끊임없이 ‘재구성(리컨스트럭션)’되고 늘 바뀌어서 불안하고 흔들리는 게 사랑의 기억이고 사랑의 마음이란 거다. 기존 애인과 새 연인 아메를 1인 2역(마리아 보네비)으로 한 이유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결국 사랑은 그 대상조차 내 마음의 움직임에 따라 이렇게도 저렇게도 변한다.
둘째, ‘가슴’으로 보기다. 결국 토막토막 나누어지고 ‘인수분해’되는 게 사랑이지만, 그게 어떻건 사랑은 아프고 슬프다. “그럼에도 가슴이 아프다”는 극중 독백이 가리키는 것처럼 이 영화를 논리적으로 이해하려 들지 말고 ‘그냥’ 바라본다면 정말 찡한 구석이 있다.
하지만 여전히 궁금하다. 이렇게 골 아프게 재구성해야 하는 게 사랑이라면, 도대체 동서고금 남녀노소 왜 그렇게 많은 인간들이 이거(사랑) 한번 해보려고 난리를 치는 걸까. 하긴, ‘별 것 아닌’ 걸 ‘별 것’으로 ‘재구성’하는 것도 예술의 존재이유 중 하나겠지만….
2003년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 수상작. 2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 가.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