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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난, 대한민국 검사다. 나쁜새끼 다 나와”

입력 | 2005-01-19 18:04:00

사진제공 이노기회


‘공공의 적 2’에는 에둘러 감이 없다. 복선 같은 것으로 관객들이 머리를 쓰게 만들지 않는다. 처음부터 ‘공공의 적’이 누구인지 얼마나 간악한지는 명백하며 그에 대한 응징 또한 단도직입적이다.

“개새끼야!”

‘공공의 적’을 잡는 강철중(설경구) 검사의 대사 그대로, “(힘이 없어서)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거 꾹 참고” 사는 사람들을 대신해 이 영화는 힘 있고 가진 자들에게 욕설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것으로도 부족하면 아예 주먹과 총을 쓴다. “법으로 끝을 내자”고 영화의 주역인 검사들은 말하지만 영화 속 ‘공권력’이 행사되는 모습은 “조폭이 사시미 칼을 휘두르면 우리는 발포한다”는, 서부영화 총잡이들의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식의 정의에 가깝다. 그래서 일단은 화끈하다.

서울지검 강력부의 강철중 검사는 결혼조차 접고 “나쁜 놈 잡는 일”을 필생의 사명으로 삼은 서른여덟 살 평검사. 어느 날 그의 더듬이에 고교동창인 명선재단 이사장 한상우(정준호)가 걸려든다. 사학 재단 이사장이었던 아버지의 심장마비사, 아버지를 승계한 형의 돌연한 교통사고, 5000억 원대의 재단 재산 해외유출…. 범죄의 냄새가 완연하지만 ‘글로벌 마인드를 갖춘 사학 경영자’로 포장된 한상우에게는 정계는 물론이고 검찰 내부에도 돌보아 주는 손이 있다.

사학비리, 검찰독립, 정치인 뇌물수수 등 최근 한국사회의 뇌관을 슬쩍슬쩍 건드리며 1편보다 ‘공공의 적’의 덩치를 키웠지만 “이번에 못 끝내면, 그래서 (감옥에서) 또 나오면 또 잡아줄게”라는 강철중의 집요함이나 격투 신에서조차 “검사가… 대한민국 검사가… 공공의 적을 세워두고 누울 수 없어”라고 교훈조의 사설을 늘어놓는 것이나 1편의 기조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영화의 ‘노골적인’ 검찰 사랑.

감독 자신이 촬영현장에서 “대한민국 검찰을 사랑합시다”라는 애드리브를 만들어 넣었을 만큼 강철중 검사는 의적 홍길동을 닮은 ‘영웅’으로 그려진다. 18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특별 시사회 직후 강우석 감독은 “부패한 권력을 조롱하는 것으로써 영화가 사회적 기능을 하던 시대는 지났다. 열 명 중 잘못하는 두 사람보다 사명감 갖고 제대로 일하는 여덟 명을 그려서 사람들이 뭔가 믿을 수 있게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강 감독이 지적한 대로 “이런 변화를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공공의 적’ 시리즈 연속의 관건”이다.

상영시간 2시간 26분. 2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 가.

정은령 기자 r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