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문제는 6자회담의 틀에서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며 북한에 민주주의를 전파하겠다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소명을 실천하겠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 내정자가 18일(현지 시간)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밝힌 제2기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라이스 내정자는 또 “자유(민주주의)를 존중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세력 균형’을 만드는 것이 미국의 외교”라고 했다. 평소에도 해 온 ‘단골 발언’이지만 제2기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도 이런 기조 위에서 해나가겠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한마디로 주변국의 현실적 힘과 시각을 인정하면서 공존을 추구해 나가겠지만 주변국의 반대 때문에 자신들이 추구하는 미국식 민주주의 확산이라는 열정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란 뜻이다. 그리고 “이제 외교의 시간이 왔다(The time for diplomacy is now)”고 선언했다.
라이스 내정자의 발언을 북한 핵문제와 6자회담에 대입해 보면 제2기 부시 행정부도 일단 ‘다자적 해결’을 계속 추진해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라이스 내정자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당장은 북한 핵이라는 구체적인 위협 제거에 주력할 수밖에 없지만 그는 북한 핵문제 해결 이후의 과제도 언급했다. 6자회담을 북한 핵문제 해결의 장(場)으로서만 아니라 ‘북한 정권 관리’의 틀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것이다.
라이스 내정자가 분명히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북한정권 관리’는 민주주의 전파를 통한 북한의 체제변형(regime transformation)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가 이날 북한을 이란 쿠바 미얀마 벨로루시 짐바브웨와 함께 ‘폭정의 거점(outposts of tyranny)’이라고 지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라이스 내정자는 이날 발언 곳곳에서 북한정권을 신뢰할 수 없는 대상으로 묘사했고 북한 주민에게는 연민을 표시했다. 향후 제2기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김정일(金正日) 정권과 일반 주민을 분리하며 접근하겠다는 원칙을 엿볼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북한 체제변형’ 정책이 ‘김정일 정권 교체’ 쪽으로 기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부에서는 북한 핵문제 해결 이전에라도 북한의 인권문제가 본격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고 점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자가 접촉한 국무부 관리들은 “북한이 바깥세상을 읽는 눈을 바로잡는 일을 늦출 수 없다”고 말하곤 했다.
결국 6자회담의 진척 상황에 따라 올 한해는 북한의 인권을 키워드로 하는 압박외교가 병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 가능하다. 특히 국무부는 북한인권법 발효에 따른 북한인권 대사를 올 4월 중에 지명해야 한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