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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X파일’ 사이버 테러…125명 사생활-소문담긴 문건 인터넷 유포

입력 | 2005-01-19 18:22:00


국내 최대 광고기획사에서 연예인 125명에 대해 연예계 안팎의 평가와 소문을 토대로 작성한 내부 문건이 인터넷을 통해 유포돼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검증되지 않은 연예계 주변의 소문이 신빙성 있는 것처럼 적혀 있어 연예인의 사생활과 인권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 작성 경위와 내용=지난해 11월 제일기획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동서리서치에 의뢰해 ‘광고모델 DB 구축을 위한 사외전문가 심층 인터뷰(Depth Interview) 결과보고서’를 작성했다.

제일기획 측은 “광고모델로 활동 중인 연예인이 제품 이미지에 적합한지, 발전 가능성이 있는지 좀 더 과학적으로 분석하려는 차원에서 추진한 것”이라고 19일 밝혔다.

제일기획이 내부용으로 작성했으나 인터넷을 통해 외부로 유출된 유명 연예인 평가 보고서. 150명의 남녀 연예인에 대해 현재위치, 비전, 매력과 재능, 자기관리, 소문 등 5개 분야로 나눠 특수기호(★, ☆)를 이용해 점수를 매겨 놓았다.

일본의 대형 광고기획사 덴쓰(電通)를 비롯한 외국계 회사도 광고모델의 사생활이 문제가 돼 관련업체가 타격을 입지 않도록 이 같은 보고서를 만들어 참고용으로 활용해 왔다는 것. 제일기획 측은 보고서 작성을 위해 우선 일반인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연예인의 호감도를 조사한 뒤 스포츠신문 연예담당 기자와 방송국 연예프로그램 리포터 등 전문가 10명과 인터뷰했다.

제일기획 측은 2차에 걸친 조사를 바탕으로 유명 연예인 99명과 신인 연예인 26명 등 125명에 대한 113쪽 분량의 보고서를 만들었다.

보고서는 연예인의 현재 위치, 비전, 매력과 재능, 자기관리, 소문 등 5개 분야로 나뉘어 있으며 분야별로 특수기호(★, ☆) 1∼5개를 이용해 해당 연예인을 평가했다.

특히 ‘호스트바 출입이 잦다’ ‘기업 간부가 스폰서이다’ ‘매니저를 자주 때린다’ ‘나이 많은 여자들과 사귄다’ ‘게이나 바이섹슈얼이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도 적나라하게 기록돼 있다.

이 소문들은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 ‘사실인 듯’ 등으로 검증되지 않은 채 설명돼 자칫 연예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누가 유출했나=보고서 전문은 17일경부터 일부 인터넷 사이트와 모 일간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됐다.

유명기획사가 이를 제작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네티즌)들은 19일부터 P2P사이트나 메신저, 미니 홈페이지를 통해 본격적으로 전파했다.

제일기획 측은 자체 조사결과 동서리서치의 한 직원이 보고서를 유출한 사실을 확인하고, 유출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당사자 반발과 파문 확산=보고서 내용이 유출되자 연예인과 인터뷰에 응했던 기자와 리포터들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대부분의 연예기획사들은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문건의 서술 정도에 따라 연예인별로 타격을 받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공동 대응보다는 개별 대응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제일기획 측과 인터뷰를 했던 기자들도 “우리도 피해자”라며 “이번 사태의 책임은 부주의하게 내부 문서를 유출시킨 제일기획에 있으므로 이에 대한 사과와 철저한 경위조사를 할 것”을 요구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인터넷서 퍼나르기’ 처벌될수도▼

이른바 ‘연예인 X파일’로 인한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대규모 소송 사태가 예고되고 있다.

1차 피해자인 연예인들은 보고서 유출자를 상대로 명예훼손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지금까지는 동서리서치 직원이 유출자로 지목되고 있다. 이 경우 해당 업체도 사용자로서 직원에 대한 관리 감독 소홀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면하기 힘들다.

제일기획은 내부 영업비밀이 유출된 데 따른 피해자 입장에서 부정경쟁방지법 등으로 해당 직원을 고소할 수 있다.

보고서 작성 자체가 사생활 침해여서 제일기획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는 쉽지 않아 보인다. 사회적 공인인 연예인에 대한 평가는 광고기획사로서는 당연한 업무이기 때문.

그러나 이 보고서를 인터넷상에서 퍼 나르는 누리꾼(네티즌)들은 일반인이 쉽게 볼 수 있도록 공공 게시판에 올리거나 대량으로 전파하면 명예훼손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