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집권 2기를 시작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갈라진 국내 여론, 해외의 반(反) 부시 정서라는 최악의 환경 속에서 △민주주의의 전 세계 확산 △국내 사회제도 개혁이라는 정책목표를 꺼내 들었다.
미국은 이라크에서 현역장병 13만여 명이 2년 가까이 전투를 벌이고 있는 전쟁 당사국이다. 그러나 유권자의 56%는 “왜 이라크에서 피를 흘려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인다. 대통령의 정책지지도는 50%를 밑돈다.
미 언론은 부시 대통령의 당선 직후부터 “사상 최다득표로 재선에 성공했다는 사실 때문에 ‘51% 득표’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고 주문했다. 항상 ‘절반의 반대자’가 있음을 잊지 말고 그들을 포용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뜻이다.
부시 대통령은 집권 1기에선 이라크 전쟁과 일방주의 외교로 유럽 우방국(프랑스 독일)과 동맹국(한국) 그리고 인접국(캐나다 멕시코)에서 미국의 리더십 약화를 자초했다. 미 언론은 2기 취임식을 앞두고 “주변국의 사전 이해를 구하고 유엔의 동의를 얻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기본노력에 충실할 것”을 당부했다.
워싱턴포스트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미 국민은 경제 살리기를 2기 행정부의 제1과제로 꼽다.
미국은 지난해 220만 개의 새 일자리가 창출되고 성장률도 3%대를 유지해 경제지표 상으로는 경제가 나쁘지 않다. 그러나 제러미 리프킨 경제조류재단 이사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말끔한 수치의 이면에는 부채에 의존하는 미국 경제의 허점이 도사리고 있다”며 “1990년 8% 선에서 2004년 1% 선으로 떨어진 저축률, 높아지는 개인 파산자 숫자의 의미를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시 경제팀은 향후 4년간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라는 쌍둥이 적자를 줄이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미 재무부의 의회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2004회계연도에 4125억 달러의 재정적자를 냈고 누적된 국가부채는 7조3790억 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무역적자는 5000억 달러. 해외에 판 물건보다 사서 쓴 물건이 많았고 부족한 자금은 나랏빚으로 충당했다는 의미다.
부시 대통령은 재정적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과감한 감세정책을 공약한 데다 이라크 전비의 증가로 적자 감축이 이루어질지 의문이다. 또 달러화 약세를 통한 무역수지 개선 효과도 유럽과 일본의 반발을 감안하면 미지수다.
부시 대통령은 세금제도 단순화, 사회보장제도 개혁, 의료소송제도 개선이라는 버거운 사회정책에 승부를 걸고 있다.
“방치된 개혁과제를 누군가가 손대야 한다면 내가 하겠다”는 부시 대통령의 의욕이 깔끔한 정책성과로 이어질지는 역시 재집권 1, 2년차의 성과에 달려 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부시 취임사 발췌문 요약▼
역사적 사건과 상식을 통해 나는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전 세계에서 자유가 승리해야만 우리 조국의 자유도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평화를 위한 최선의 희망은 전 세계에 자유가 확대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미국을 단결시키는 대의명분이고, 전 세계에 던지는 희망이며, 평화가 있는 미래로 우리를 이끌어 줄 것이다.
우리는 저 별들 너머로부터 자유를 위해 일어서라는 소명을 받고 있고 미국은 언제나 그 소명에 충실할 것이다.
미국은 이상주의와 용기의 기치를 높이 들어야 한다. 미국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우리의 임무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유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세계에서 우리는 자유가 무엇을 의미하며 무엇을 약속하는지를 보여줄 결의가 돼 있다.
이제 단결해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