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지하 연습실에서 콘서트 준비에 한창인 ‘캠퍼스밴드 7080’ 멤버들. 왼쪽부터 라이너스의 최광수, 옥슨스의 김승국, 건아들의 정낙인, 옥슨80의 홍서범, 옥슨스의 홍현민 씨. 황태훈 기자
18일 오후 6시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건물 지하.
정장, 긴 머리에 청바지 등 다양한 차림의 40대 중반 사내들이 악기를 든 채 하나 둘 모여들었다. 잠시 후 드럼과 기타 연주 소리가 실내를 가득 메우면서 추억의 히트곡이 흘러나왔다.
이들은 라이너스, 옥슨80, 건아들, 블랙테트라 등 1970, 80년대 대학가요제와 젊은이의 가요제 출신 가수들의 연합 모임인 ‘캠퍼스밴드 7080’ 멤버다. 30명의 멤버 가운데 18명은 연예계에서 활동 중이고 나머지는 중견 사회인으로 건축 제조업 등 각 분야에서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
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이곳에 모여 음악 연습에 몰두한다. 전국의 어려운 독거노인을 돕기 위한 순회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7080의 나눔위원회 위원장인 최광수 씨(라이너스 멤버·여의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는 “‘독거노인 돕기 콘서트’를 4회 정도 열어 총 1억 원의 기금을 모은 뒤 독거노인들에게 전달하는 게 올해의 목표”라고 말했다.
그 첫 번째 콘서트가 22일 오후 4시, 7시 반 서울 노원구 중계본동 노원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다. ‘연’(라이너스), ‘불놀이야’(옥슨80), ‘젊은 미소’(건아들), ‘그대로 그렇게’(휘버스) 등을 노래한다. 문의 02-3392-5722
모임이 결성된 것은 지난해 3월. 결성 직후 인천 대전 수원 광주 부산 대구 창원 울산 등 전국 투어 공연을 가져 연일 매진을 기록했다. 이들은 사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해 보자며 공연 수익금으로 ‘독거노인 돕기’에 나섰다. 광주 노인복지회에 1000만 원 상당의 옥매트 100개를 전달했고, 서울 노원복지회에 쌀과 반찬값으로 1000만 원을 기부했다.
지난해 7월부터는 매주 목요일 노원구 인근의 산동네를 돌며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에게 직접 반찬을 배달하고 있다.
▶본보 2004년 7월 24일자 A22면 참조
장기적으로 노인을 위한 이동 목욕탕이나 노인문화관을 운영하는 게 이들의 바람이다.
“당초 지난해 말까지만 ‘반찬 배달’을 할 생각이었는데 한 할머니가 ‘이제 가수들이 안 오면 허전해서 어쩌나’라고 혼잣말하는 것을 듣고 올해 6월까지 연장했죠.”(‘건아들’의 정낙인 씨)
최 위원장은 “산동네에서 만난 노인들이 ‘고맙다’며 손을 꼭 잡아주실 때면 일찍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에 눈물이 난다”며 “외로운 노인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