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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마당/조남선]‘청정생산’ 통해 무역 환경장벽 넘자

입력 | 2005-01-21 17:56:00


산업계는 1년 후 닥칠 커다란 시험을 앞두고 가슴 졸이고 있다. 우리의 주요 수출무대인 선진국의 환경규제가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치밀한 환경정책을 통해 수입품의 가격경쟁력을 저하해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는, 즉 보이지 않는 무역장벽으로 환경 이슈를 활용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2006년 7월을 기준으로 인체와 환경에 해로운 납, 수은, 카드뮴 등의 중금속을 포함한 6가지 유해물질을 사용한 전기전자제품의 대(對)유럽연합(EU) 수출이 전면 금지된다. 중국도 비슷한 내용의 규제를 비슷한 시기에 실시한다. 또 재활용 의무 비율도 70∼80%로 제시해 생산자에게 재활용 비용까지 부담시키고 있다.

이들 규제의 적용 기일까지는 여유가 별로 없다. 국내 수출품이 유럽에 닿기까지의 물류시간과 통관절차를 고려할 때 내년 여름 시장에 출하하려면 늦어도 올해까진 갖가지 환경규제를 충족하는 친환경 제품 생산 체제를 완비해야 한다.

EU와 중국이 미국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수출지역이기 때문에 이런 환경규제의 파급 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비디오카세트레코더(VCR) 한 품목을 유럽 환경규제에 맞추려면 약 1조 원이 들 것으로 예상돼 수출경쟁력 상실에 대한 대비가 절실하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대기업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감지하고 대책을 마련 중이나 문제는 중소기업이다. 부품 공급업체들이 이 같은 환경규제를 맞추지 못해 줄줄이 도태될 경우 값비싼 수입 부품을 대신 사용해야 할 대기업의 가격경쟁력 저하는 불을 보듯 뻔하지 않은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방안이 있을 것이나 산업계의 시급성과 현실적 효과를 고려하면 이른바 ‘청정생산(cleaner production)’ 체제의 정착이 필수적이다. 기존 환경기술이 사후처리(end of pipe) 기술 중심이었다면 청정생산이란 오염물 발생을 원천적으로 줄이는 사전처리(front of pipe) 기술이다. 예전처럼 제품 생산 후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사후처리 기술은 생산이 증가할수록 급증하는 환경처리비용과 2차 환경오염 유발 문제 때문에 더는 유용하지 않다.

청정생산을 위해 고안된 방안은 다양하다. 한 공장의 폐기물을 다른 공장의 원료로 사용하도록 연관산업을 한 곳에 밀집시키는 생태산업단지는 울산의 온산공단 하수처리장과 단지 내 기업들 간의 상생 모델로 국내에서 막 걸음마를 떼고 있다. 이와 함께 경영시스템에 환경요소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환경경영과 에코디자인도 주요 방안이다.

산업자원부와 국가청정생산지원센터(www.kncpc.re.kr)는 10여 년간 청정생산기술의 개발과 보급을 통해 토종 환경기술의 우수성을 입증해 왔다. 또 산자부의 지원 아래 대기업의 청정생산과 환경경영 노하우를 협력업체에 전수하는 공급망 환경관리사업은 상생을 위한 프로젝트다.

21세기는 ‘환경의 세기’이며 청정생산은 ‘지속가능한 산업혁명’으로 불러도 무리가 없다. 목전의 선진국 무역장벽을 넘는다는 방어적 자세보다 청정생산기술을 중점 연구하고 육성해 우리의 새로운 성장동력과 기회로 삼는 중장기적인 전략 마련이 절실하다.

조남선 국가청정생산지원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