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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행정중심도시, 憲裁결정 취지에 맞나

입력 | 2005-01-21 17:57:00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채택하기로 결정한 행정중심도시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결정을 받은 행정수도의 차이는 대통령과 외교 국방 통일, 3개 부처가 서울에 남는 것이다. 법무부가 18개 부처를 옮기는 행정특별시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자 이전 대상을 15개 부처로 줄인 행정중심도시로 돌아선 셈이다. 그러나 행정특별시안에서 3개 부처를 빼냈다고 위헌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충청권 주민을 두 번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행정중심도시가 헌재가 규정한 수도 이전에 해당되는 것은 아닌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헌재는 수도를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 행정의 중추적 기능을 수행하는 국가기관의 소재지’라고 정의했다. 부처 숫자만 놓고 보면 80%를 넘는 부처를 옮기는 것이 중추적 행정기능의 이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국회 신행정수도특위 김한길 위원장은 “정부 부담의 상한선을 특별법에 명시하겠다”고 했으나 이것도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다. 대형 국책사업의 경우 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사업비가 당초 책정액보다 수배로 늘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공사를 하다가 상한선을 초과하면 중도에 그만둘 것인가.

효율성 면에서도 문제다. 대통령과 국회는 서울에 있고 대부분의 부처가 충남 공주-연기에 있다 보면 장차관 및 간부급 공무원들은 서울과 공주-연기를 오가느라 바쁠 판이다.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헌재에 위헌심판 청구를 하더라도 합헌(合憲) 결정이 내려질만한 범위 내에서 부처를 옮겨야 국론 혼란과 국가적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사회적 공감대를 폭넓게 형성할 수 있는 안(案)을 만들어 국민 다수의 합의를 바탕으로 추진해야 지난번과 같은 실패를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