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정가에 당의 ‘풀뿌리 조직’을 재건하려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17대 국회 들어 지구당 조직을 폐지하면서 그 대안으로 기간당원 중심의 당원협의회를 설치키로 한 것.
열린우리당에선 최근 지역구마다 당원협의회장 선거를 치르면서 계파별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제왕적 총재’가 막강하게 휘두르던 권한이 당원 중심으로 옮겨가는 과정이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벌써부터 4월 재·보선과 2006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후보자들 간 과열 경쟁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여야 당원협의회 하부조직 재건 바람=열린우리당이 모집한 기간당원 수는 조만간 18만 명 선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연말 10만 명을 돌파한 데 이어 20일 만에 무려 8만 명이라는 기간당원이 늘어난 셈. 여당에선 2월 초에는 20만 명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여기엔 지역구별로 당원협의회장을 차지하기 위해 동원된 ‘허수(虛數)’의 기간당원 수도 없지 않다. 하지만 한 달에 2000원씩 당비를 내면서 기간당원으로 활동하는 사람이 20만 명에 이르는 것은 하향식 정당 구조였던 한국 정치 지형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들이 움직이면 내년 지방선거뿐 아니라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2002년 대선 때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가입자가 불과 1만 명밖에 안 된 것에 비교하면 엄청난 수다.
당원협의회는 과거 중앙당에서 임명장을 받은 지구당위원장이 전권을 갖고 좌지우지한 ‘하향식’ 지구당과는 달리 당비를 내는 기간당원(진성당원)이 중심이 돼 당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운영되도록 하고 있다. 활동 비용 또한 지구당위원장에 전적으로 의존했던 과거와는 달리 전적으로 당비로 충당토록 하고 있다.
▽과열 혼탁 부작용도=열린우리당에선 최근 당원협의회장 선거가 과열 양상을 빚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곳곳에서 당비 대납과 동원 시비 같은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되는가 하면 과거 ‘돈 먹는 하마’로 불린 지구당제도의 악습이 그대로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낳고 있다.
현역인 강봉균(康奉均) 의원과 함운경(咸雲炅) 씨가 경합해온 전북 군산의 경우 21일 예정된 당원협의회장 선거가 무기 연기되는 일이 벌어졌다. 후보 간의 과다경쟁으로 인해 선거 업무에 차질을 빚었기 때문.
이런 현상은 특히 해당 지역구 의원의 선거법 위반으로 재·보선이 예정된 지역에서 특히 심한 편이다. 경기 부천의 경우 원미갑의 김기석(金基錫) 의원이 의원직 상실 위기에 처하면서 재·보선에 도전하려는 후보 간에 치열한 경쟁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역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김해갑 김맹곤(金孟坤) 의원의 지역에서도 경선 과열로 인해 18일 중앙당 분쟁심의에서 경선 결과가 무효 처리되는 일도 벌어졌다.
▽한나라당도 동참=한나라당도 당헌 개정을 통해 이르면 올 여름부터 진성당원 모집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당 선진화추진위원장인 허태열(許泰烈) 의원은 “‘책임 당원’이라는 명칭으로 진성당원을 모집키로 했으며 구체적인 자격 요건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월 2000원 이상을 4개월 이상 납부 △중앙당 및 시도당이 개최하는 회의 및 행사에 연 2회 이상 참석할 것 등을 책임당원 자격 요건으로 하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