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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추억을 찾아서]설 극장가

입력 | 2005-01-24 16:09:00


명절이면 온 나라가 활발히 움직인다. 특히 머지않은 설날은 한 해를 맞이하는 ‘시작의 명절’이기 때문에 더욱더 활기찬 분위기다.

극장가도 설날이 되면 한껏 분주해진다.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관객이 찾아 오는 큰 ‘대목’이기 때문이다. 1960년대에는 “명절에는 극장 무대에 강아지 한 마리만 올려놓아도 대성황을 이룬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별다른 놀이나 오락거리가 없던 시절이니 영화가 많은 관객에게 얼마나 흥미로운 놀이문화가 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예전 설날 극장가에는 독특한 전통이 있었다. 외화 위주로 상영하던 극장들도 설날이나 추석이 되면 꼭 한국영화를 내걸고 관객들을 맞이했다. 우리 고유의 명절만큼은 한국영화가 극장가의 주인 역할을 톡톡히 했던 것이다.

한국영화사에 손꼽히는 흥행기록을 세운 영화 중에는 설날 개봉작이 많다. 1961년, 그 당시로는 엄청난 수인 서울관객 32만 명을 동원했던 ‘성춘향’이 대표적이다. 1977년 설날에 개봉된 ‘겨울여자’ 역시 서울 관객 58만 명을 모으며 흥행신기록을 세웠다. 90년대 들어 한국영화의 흥행 신기원을 이룩한 ‘쉬리’ 역시 설날에 맞추어 개봉됐다. 요즘은 개봉 시기에 상관없이 흥행에 성공하는 영화가 많지만 그래도 여전히 명절에는 한국영화가 많이 개봉되는 것 같다.

언젠가부터 설날이나 추석 같은 우리의 명절에 꼭 빠지지 않고 찾아오는 외국 배우가 있으니 청룽(成龍)이다. 올해도 설날을 앞두고 청룽의 새 영화가 개봉됐으니 재미있는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말 이래 한국영화의 흥행이 좀 주춤한 것 같다. 다가오는 설에는 ‘명절엔 역시 한국영화’라는 옛 명성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채윤희 올댓시네마대표 uni1107@unit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