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주인공 피겨 전문점. 권주훈 기자
DVD의 등장으로 영화는 ‘보는 것’에서 ‘모으는 것’으로 변신했다. 예전에는 비디오테이프나 동영상 파일로 영화를 모으는 이들이 일부 있었지만 DVD가 본격 발매되면서 ‘영화 수집’은 이제 세계적 트렌드가 됐다.
DVD 제작업체도 수집가들을 위한 아이디어 경쟁을 앞 다투어 하고 있다. 자석으로 열고 닫는 철제 케이스에 장동건 원빈의 사진집까지 포함한 ‘태극기 휘날리며’, 영화 속에 소품으로 등장한 나무 케이스를 이용해 해외에서까지 인기를 끈 손예진 주연의 ‘클래식’, 플라스틱 케이스에 주먹 문양을 새긴 ‘헐크’ 한정판, 케이스를 누르면 동키의 수다스러운 목소리가 나오는 ‘슈렉 2’ 등의 DVD들은 포장 하나에도 소장가치를 따지는 소비자의 입맛에 맞춘 것이다.
영화를 좋아하면 영화 DVD를 모으는 것에서 시작해 주인공의 모습을 담은 캐릭터 인형에까지 손이 가게 된다. 마니아 사이에서 ‘피겨(figure)’로 불리는 이 인형들은 관절 부위가 움직이면 ‘액션 피겨’, 가슴 위까지를 담은 흉상으로 제작되면 ‘스태추(statue)’로 불린다. 말을 하는 것도 있고 피겨의 소품을 바꿀 수 있는 것도 있어 종류가 꽤 다양한 편이다.
피겨가 포함된 DVD 한정판은 늘 폭발적 인기를 끈다. 네오의 스태추를 담은 ‘얼티밋 매트릭스 3부작 컬렉션’은 10만원 대의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2월 출시되자마자 품절사태를 빚었다. SF액션영화 ‘헬보이’도 스태추 한정판이 나왔는데 영화 흥행이 부진했던 것과는 달리 DVD 판매량은 블록버스터급 영화에 견줄 만한 결과를 기록했다. ‘터미네이터 3-라이즈 오브 더 머신’은 미래에서 온 킬러 로봇 T-850과 T-X의 피겨를 각각 포함한 2가지 한정판 DVD로 나왔다. 386세대와 요즘 아이들 모두가 좋아하는 리메이크 만화영화 ‘우주소년 아톰’의 첫 번째 박스 세트에도 아톰과 코주부 박사의 인형이 담겨 있다. ‘반지의 제왕’ 확장판 DVD시리즈 초기 한정판에도 영화 속에 등장하는 골룸의 피겨와 구조물 모형 등이 포함돼 DVD 수집품 영순위에 올랐다.
요즘은 영화 속 피겨들을 전문 전시, 판매하는 인터넷상점과 오프라인의 전문매장들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영화에 나온 캐릭터 상품을 모으는 취미가 더 이상 아이들만의 영역은 아닌 시대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