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몇 점이면 들어갈 수 있어요?”
지난해 말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대학입학정보 박람회에서 앳된 얼굴의 한 여학생이 학교 홍보도우미 활동을 위해 현장에 있던 나에게 불쑥 질문을 던졌다. 마치 백화점에서 “이 옷 얼마면 살 수 있느냐”고 묻듯이 온통 점수에만 집착할 뿐 대학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다른 측면들은 안중에 없어 보였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내(내 자식의) 점수로 어느 대학에 갈 수 있을까’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대학 입학에 가슴 졸이는 수험생들과 이들의 합격을 기원하는 부모의 모습을 옆에서 바라보면서 안쓰럽고 안타까울 때가 적지 않았다. 같이 학교까지 와 놓고도 자식이 면접장소에 제대로 앉아 있는지 또 한번 점검하고 싶어 거듭 확인을 부탁하는 부모들. 이름을 부르면 떨릴 수 있으니 조용히 확인해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는 마음 씀씀이에서 사랑이 묻어난다.
그토록 애타게 대학 입학에 정성과 노력을 기울이지만 막상 입학 후의 대학생활을 신중하게 생각해 본 수험생이 얼마나 될지 한편으론 걱정이 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려해 학과를 택하고 미래를 그려야 할 수험생들이, 합격에만 집착한다면 입학 후 4년의 시간, 더 나아가 평생을 방황하게 될지 모른다. 실제로 전공과 적성이 맞지 않아 대학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방인’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자신의 적성을 찾아 대학을 선택하고, 꿈의 실현을 위해 정진하는 이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그런 학생들만이 현실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윤남경 성신여대 불어불문학과 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