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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러시아도 반한 ‘한국의 리얼리즘’

입력 | 2005-01-24 18:05:00

이상원 작 ‘영원의 초상’(2004년).


세밀한 붓 터치가 그대로 보이는 리얼리즘 화풍의 이상원 화백(70)이 리얼리즘 회화의 본고장이랄 수 있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개인전을 연다. 트레차코프 미술관에서 25일∼2월 1일 초대전을 갖는 이 화백은 이번 전시에서 헝클어진 백발, 밭고랑처럼 팬 주름살, 담배 한 모금을 깊게 빨고 있거나 지팡이를 쥐고 있는 모습 등 노인들의 신산한 표정을 그려낸 신·구작들을 선보인다. ‘시간과 공간’ ‘막’ ‘동해인’ ‘연’ ‘영원의 초상’ 시리즈 대표작 55점을 모은 이 화백의 30년 화업이 소개된다.

트레차코프 미술관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미술관, 모스크바 푸슈킨 미술관과 함께 러시아를 대표하는 세계적 미술관. 시인 겸 극작가인 트레차코프의 수집품으로 출발한 이 미술관은 레핀, 말레비치, 칸딘스키 등 러시아 아방가르드 화가들의 작품 및 사회주의 리얼리즘 계통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어 러시아 미술의 보고로 꼽힌다. 한국 작가가 이 미술관에서 작품을 전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화백은 젊은 시절 영화간판과 미군장교 초상화를 그리다가 불혹의 나이에 순수미술의 길을 걷기 시작한 입지전적 인물. 이후 대한민국미술대전, 동아미술제, 중앙미술대전 등 공모전에 차례로 입상하면서 순수화가로 인정받았다.

러시아 미술평론가 페트르 푸르도프스키와 스베틀라나 푸르도프스카야는 이 화백의 그림에 대해 “그는 어부나 해녀의 이미지를 묘사할 때뿐만 아니라 회화의 예술적 본질을 드러낼 때도 항상 고향의 전통에 충실해 왔다”면서 “그의 그림은 산업사회 혹은 후기 산업사회의 도래와 함께 밀려난 전통세계에 대한 향수라는 주제를 가장 명확히 표현하고 있다”고 평했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