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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전통미술 재해석 ‘리메이크 코리아’ 展

입력 | 2005-01-25 18:05:00

김종구작 쇳가루그림.


전통산수화, 화조화, 인물 풍속화, 고분벽화 등 한국 전통 미술에 등장하는 도상들을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한 이색 전시가 열린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스페이스 씨에서 열리는 ‘리메이크 코리아’ 전은 써니 킴, 김종구, 김지혜, 김태은, 류재하, 이순종, 임영길, 장희정, 정주영 등 작가 9명의 회화와 영상, 설치작품 35점을 선보이는 전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들은 다양하고 실험적인 형태로 전통의 이미지를 현대회화나 설치작업에 응용했다. 붓과 먹 대신 현대문명의 상징인 쇳가루로 이색적인 산수화를 선보이는 김종구는 7m 높이 광목천에 쇳가루 글씨로 그린 이색 산수화를 내놓았다. 서양화가 정주영은 겸재 정선의 ‘백악산’ 실경 작품 속 봉우리 부분을 확대하는 작업을 통해 구체적 풍경보다는 자연의 기운을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조각가 이순종은 조선시대 신윤복의 미인도를 회화와 영상작품으로 리메이크해 남성의 시각에서 그려진 전통 미인도의 성적 정체성을 여성의 시각으로 재해석했다. 김지혜는 민화의 책거리 그림을 리메이크해 책과 문방사우 대신 명품 라벨과 보석, 의상을 그려 넣음으로써 현대인의 소비 욕망을 드러냈다.

재미교포 작가 써니 킴은 십장생 자수화 배경에 교복 입은 여학생을 그려 넣어 여성성이란 무엇인가를 묻고 있으며, 전통 화조화를 리메이크한 장희정은 무늬가 프린트된 천 조각들에 이미지를 다시 그리거나 지운 작품을 통해 고급예술과 상업예술, 팝아트와 전통예술의 범주를 넘나든다. 임영길은 고구려 고분벽화 속의 청룡 백호 주작 현무를 서울이라는 공간에 옮겨 놓은 입체 영상작품을, 류재하는 전통 목가구에 정보화사회의 상징인 컴퓨터 모니터를 설치한 작품을 각각 선보이고 있다. 전시는 3월 26일까지. 02-547-9177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