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주택건설업체들이 임대아파트를 원래 취지대로 임대하지 않고 사실상 일반 분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싼값에 택지를 공급받는 등 정부 지원을 받는 임대아파트가 편법으로 분양되는 것은 재정 낭비 등 많은 문제점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26일 주택건설업계와 임대아파트 주민 등에 따르면 수도권 택지지구를 중심으로 임대아파트를 편법 분양하는 일이 급증하고 있다.
본보 취재 결과 최근 입주를 시작한 경기 용인시 죽전지구 A임대아파트 25평형 입주자는 입주 때까지 임대보증금 명목으로 1억7480만 원을 내야 한다.
이는 일반 아파트 시세와 비슷해 사실상 분양가로 볼 수 있다. 임대아파트에 입주한 지 2년 6개월이 지나면 분양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2년 6개월 후 받을 분양가를 미리 임대보증금 형태로 받는 것이다.
또 2월 말 예정인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 3차 공급에는 민간 임대아파트 2917가구가 포함돼 있으나 이들 모두가 사실상 편법 분양 방식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동탄에 임대아파트 공급을 앞둔 건설업체 B사 관계자는 “입주자는 임대보증금 형태로 분양을 받고 2년 6개월 후 소유권을 이전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 C사의 분양 상담자는 “일반 분양아파트에 비해 품질은 같고 분양가는 3∼10% 저렴하다”고 밝혔다. 한국토지공사는 임대주택 용지를 택지 조성 원가의 60∼85%에 공급하고 있다.
주택건설업계에 따르면 수도권을 중심으로 임대아파트를 편법 분양했거나 분양을 앞둔 곳은 2002년 이후 1만 가구를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건설경기 활성화와 임대주택 확산을 위해 2003년부터 2012년까지 공공임대(민간임대) 50만 가구, 국민임대 100만 가구 등 150만 가구를 짓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특히 민간업체들을 끌어들여 공공 임대주택을 활성화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편법 분양에서 드러나듯이 민간업체들은 임대를 기피하고 있어 정부 정책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수도권 중형 임대의 경우 월 임대료가 100만 원을 웃돌 수 있어 수요가 얼마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실제로 민간이 공급한 임대아파트는 최근 5년 새 85% 급감해 2004년 1만1469가구에 그쳤다.
대한주택공사의 한 관계자는 “민간 주택업체가 임대를 기피하는 상황에서 무리한 임대아파트 건설 정책은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며 “월세를 모두 임대보증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등 현행 제도의 허점도 편법 분양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김광현 기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