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치러지는 이라크 총선에 대해 확신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뿐이다. 시작의 끝이 되든지 아니면 끝의 시작일 것이라는 점이다.
이라크 국민이 (총선에 참여해)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고 헌법을 만들든지 아니면 저항세력이 (총선을) 막든지 간에 조지 W 부시 정권은 ‘플랜 B’를 세워야 한다.
슬픈 일이지만 이라크 사태가 결정적인 순간을 맞은 지금 서구는 완전히 쪼개져 있다. 유럽은 부시 대통령에게 “우리가 그렇게 말했잖아”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그렇게 말했잖아”라고 외친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는 일은 무엇인가. 글쎄다. 유럽에도 플랜 B가 없다.
9·11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은 이슬람 내부의 사상 전쟁이 됐다. 즉 자살공격으로 이슬람의 현대화를 막는 쪽과 이슬람을 21세기로 편입해 신앙으로 보존하고자 하는 쪽의 전쟁이다. 이 사상 전쟁은 서구가 개입해 싸울 수 없다. 이슬람 내부에서 싸워야 한다.
이 전쟁의 승패 요인은 군대가 아니라 투표 참가자다. 이라크 투표자와 저항세력 간의 전쟁이요, 투표와 총탄 간의 전쟁이다.
이를 가장 잘 이해한 쪽은 국수주의적 저항세력이다. 이 때문에 저항세력은 미군에 공격 초점을 맞추지 않고 이라크 선거관리위원회, 입후보자, 지방 관리와 경찰을 공격하고 있다. 저항세력의 믿음은 한 가지, 이라크 국민은 투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중요한 시점에 서구는 분열돼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 내정자는 상원에서 “지금은 민주주의를 실행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주의를 위한 시간은 2년 전이었다. 만약 유럽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이라크 국민의 투표를 독려하고 저항세력을 불법화했다면 상황은 훨씬 나아졌을 것이다. 분열된 서구가 실질적인 책임이 있다.
‘국경 없는 의사회’를 설립한 베르나르 쿠슈너 씨는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축출을 지지한 몇 안 되는 프랑스 지식인 중 하나다. 그는 “서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파시즘에 대항해 왔다. 이슬람 극단주의와 파시즘은 미국과 유럽 공동의 적이기 때문에 연합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분열돼 있다”고 말했다.
쿠슈너 씨는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위협하며 이라크전쟁에 반대한 프랑스 정부를 비난한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가 실질적인 유엔 동의 없이 전쟁에 나선 점과 전후 부적절한 이라크 처리에 대해서는 더욱 비난한다. 하지만 적어도 그는 관심이라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프랑스인은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에서 실패해 일방주의가 타격받기를 원한다.
21일 나는 파리에서 이슬람 여성 2명과 인터뷰했다. 2명 모두 올해 18세로 머리에서 발끝까지 늘어진 전통 의상을 입었다. 한 명은 이집트, 다른 한 명은 튀니지 부모 아래 있지만 둘 다 프랑스에서 태어나 자랐다.
그들은 프랑스 TV를 믿지 않기 때문에 모든 뉴스를 알 자지라 TV에서 얻는다. 그들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이슬람 세계를 수호하는 오사마 빈 라덴이다. 이슬람을 지키기 위해 죽는 것보다 더 명예로운 것은 없기 때문에 ‘자살 순교’는 정당하다. 그들에게는 이슬람이 첫째고 다음이 프랑스 시민이다. 그들의 친구 대부분이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인터뷰한 게 아니다. 에펠탑에서 몇 블록 떨어진 프랑스 공립고등학교 인근에서 인터뷰했다.
정리=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