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기아차 채용비리]채용문건서 드러난 ‘연줄’

입력 | 2005-01-26 17:58:00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의 근로자 채용비리와 관련해 이른바 ‘X파일’로 불리는 청탁리스트가 일부 확인되고 검찰이 청탁자 명단이 담긴 USB드라이브(휴대용 저장장치) 복구에 나서면서 채용비리 전모가 조만간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이 확보한 문건과 파일은 2건. 여기에 26일 공개된 엑셀 형태의 인사관리 문건까지 합하면 ‘X파일’은 3건으로 비리의 총체적 규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채용비리 뇌관 터지나=광주지검 관계자는 26일 “채용 추천인 명단이 들어 있는 문건과 파일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파일은 현재 복구 중이며 또 다른 문건에 대해서는 아직 밝힐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와 별도로 21일 기아차 광주공장을 압수수색할 당시 인사 및 노무 관련 자료가 입력된 USB드라이브를 가져와 삭제된 파일을 복구하고 있다.

26일 공개된 ‘2004년 기아차 광주공장 채용관련 문건’. 입사지원자의 신원과 최종 점수, 추천인 이름, 면접결과 등이 자세히 기재돼 있다. 사진 속 문건은 원본을 바탕으로 핵심내용만 재구성한 것이다. 사진 제공 매일경제

검찰은 기아차 광주공장 측이 각계의 청탁자 명단 등을 저장장치에 따로 보관하다가 채용비리 사건이 터지자 파일을 지운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컴퓨터 전문가는 “파일 단위로 삭제됐다면 복구가 쉽지만 파일을 덮어 씌웠거나 새로운 형태의 빈 공간으로 만들었다면 복원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관심의 초점은 파일에 담긴 외부 유력 인사들이 누구냐는 것. 그동안 소문으로 떠돌던 청탁자들의 신분이 드러날 경우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일부 공개된 X파일=26일 언론에 공개된 ‘2004년 기아차 광주공장 채용 관련 문건’은 연줄과 ‘백’이 채용 보증수표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 문건은 광주공장 관리직 직원이 컴퓨터에 저장해 둔 것 중 일부가 유출된 것으로 회사 측이 내용을 정리해 뒀다가 검찰 수사 직전 파기한 X파일의 일부로 보인다.

지난해 입사한 1079명 가운데 132명의 학력 등 신상정보와 추천인, 면접내용, 합격점수, 특기사항 등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이 문건에 나온 132명의 합격자 중 ‘추천인’이 기록돼 있는 사람은 60명이다. 이 중 회사 관계자는 A 상무, 상용차연구소 B 부장, C 과장 등 7명. 광주공장에 제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 사장이 추천한 경우도 있었다.

노조 쪽에서는 구속된 광주지부장이 추천한 2명의 명단이 들어 있다. 또 노조 수석부지부장이 인문계 고교 출신으로 자격증이나 같은 직종 근무 경력이 없는 동생을 추천하기도 했고 노조 다른 지부의 간부나 대의원들의 이름도 여럿 적혀 있다.

외부인사로는 광주지방노동청 근로감독관과 광주 모 구청 인력상담사가 각각 동생을 추천한 것으로 돼 있으며, 추천인란에 ‘보훈청’이라고 기관명만 기재된 것도 있다.

면접 내용을 기록하는 난에는 ‘서울검찰청(형)’, ‘○○택시 조합장(아버지)’, ‘○○부장이 고모부’, ‘○○차장 사돈’ 등이라고 적혀 있어 면접 때 능력이나 적성, 인성보다는 연줄을 확인하는 데 주력했음을 시사했다.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