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인도 요리의 참 맛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기쁘다는 샤르마 씨. 곧 인도 요리에 관한 책도 출판할 계획이다. 강병기 기자
“인도 요리는 깊은 향신료의 맛이 특징이죠. 향신료 재료와 배합에 따라 같은 음식이라도 맛과 수준이 천지 차이로 벌어집니다.”
라지시 샤르마 씨(36).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인도 음식점 인디아게이트(02-511-1138)의 주방장. 하지만 그저 평범한 인도인 요리사로만 보면 곤란하다.
가문의 ‘뼈대’와 맛, 음식에 대한 철학이 남다르기 때문.
그의 집안은 그를 포함해 4대가 인도 대통령, 총리 관저의 전속 요리사를 지냈다. 그래서 주변에서는 그를 ‘인도의 대장금’이라 부른다.
○ 인도의 대장금
그의 증조할아버지는 1940년대 파키스탄의 구즈라시에서 작은 음식점을 하던 요리사. 요리는 잘했지만 평범했던 증조할아버지 가게에 우연히 인디라 간디 전 인도 총리가 찾아오면서 집안의 운명도 바뀌기 시작했다.
뛰어난 맛에 반한 간디 전 총리가 그를 총리관저 전속 요리사로 초빙해 간 것. 파키스탄에서 인도로 이주한 증조할아버지의 소문은 인도 고위층 사이에 퍼져나갔고 이것이 대대로 총리와 대통령 관저의 전속 요리사 집안이 되는 기틀이 됐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삼촌도 어릴 때부터 ‘관저’에서 직접 요리를 배우고 익힐 수 있었기 때문. 최고의 환경에서 최고의 사부에게 배웠으니 대를 이어 전속 요리사가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덕분에 그와 두 남동생, 매형까지 포함해 가족 8명이 인도 요리사로서 최고의 경지에 올랐다. 관저 전속 요리사를 그만둔 아버지는 미국 뉴저지, 매형은 일본 도쿄에서 요리사로 활동하고 있다.
물론 한가족이지만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의 요리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할아버지가 인도 특유의 강한 향신료 맛을 주로 내세운 데 비해 아버지는 인도 전통의 맛과 서구의 맛을 적절히 조화시킨 것이 특징. 샤르마 씨 자신은 여기에 새로운 종류의 실험적인 음식과 맛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머그 파라스 케밥은 제가 만든 대표적인 음식이죠. 보통 요구르트를 사용해 케밥의 맛을 내는데 전 계란 노른자를 이용해 독특한 맛을 냈거든요. 이 음식으로 1991년 인도 정부가 선정하는 10대 요리사에 들어갔습니다.”
그가 요리에 본격 입문한 것은 16세 때. 엄격한 아버지와는 달리 할아버지는 매일 관저에서 일하는 틈틈이 그에게 음식을 만들어 오라고 해서 이것저것 가르쳐 주며 조리의 틀을 잡아 줬다.
그러나 관저 요리라고 해서 메뉴가 다른 것은 아니다. ‘곰발바닥’ ‘제비집’ 같은 중국 음식처럼 특권층을 위한 메뉴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카레라도 최고급의 재료를 써서 정성껏 만든다.
“관저에서는 인도 최고급 재료로만 요리를 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한국처럼 아직 국민이나 주위 이목을 생각하는 편은 아니죠.”
○ 인도 요리의 매력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인도 요리는 무려 3000가지가 넘는다. 거의 중국 요리에 맞먹는 수준이다.
그중 대표적인 것은 역시 카레와 닭, 양고기를 이용한 탄두리 요리다. 인도식 화덕 ‘탄두르’를 이용한 요리를 의미한다. 인도 음식점 메뉴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케밥’은 ‘구이’를 뜻한다. 원래 터키에서 유래한 음식이지만 중동, 인도 등지에서는 이미 토착화된 음식.
대표적인 인도 음식인 카레(Curry)는 타밀어의 카리(Kari·소스)에서 유래된 말로 종류만도 300가지가 넘는다. 하나의 카레라도 수십 가지의 향신료가 들어간다. 향신료를 어떤 비율로 배합하느냐에 따라 매운맛이 강해지기도 하고 단맛이 강해지기도 한다.
한국 내 인도음식점은 인도에서도 꽤 고급에 속하는 수준인 반면 인스턴트 카레는 카레라고 부르기 힘들다고 그는 평가한다.
“인도 카레는 향, 색, 맛에 인공 첨가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죠. 재료 자체에서 나오는 색과 향으로만 만들거든요.”
물론 인도 요리에도 코스가 있다. 보통 스프-스타다스(야채 만두 양파 등 각종 재료로 만든 일종의 튀김)-샐러드-케밥-메인 디시(카레와 밥, 또는 인도식 빵인 난)-디저트 순. 식사 내내 걸쭉한 수제 요구르트 음료인 ‘라시’를 마시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 나만의 디저트 비법 고이 간직
“할아버지에서 아버지로, 또 제게로 이어온 가업을 아들들이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큰애는 지금 열두 살인데 벌써 집에 손님이 오면 직접 빵과 차를 만들어서 내오고는 해요.”
그의 요리에 대한 철학은 ‘음식은 즐겁게 만들어야 한다’이다.
“즐겁게 만든 음식이 맛있고 몸에도 좋죠. 화를 내며 만든 음식은 몸에 독이 된다고 믿어요. 그래서 가능한 한 웃으며 일하고 생활하려 하고 있죠.”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남에게 공개하지 않는 자신만의 비법이 있기 마련. 그도 마찬가지다. 식사 후 나오는 디저트는 밤에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서너 시간씩 걸려 혼자 만든다.
“증조할아버지께서는 생전에 할아버지에게도 음식 레서피나 기술을 다 전수해 주지 않을 정도로 요리의 비밀을 지키셨죠. 물론 그 때문에 할아버지가 무척 고생을 하시기는 했지만요. 하하하.”
샤르마 씨는 “인도는 워낙 덥기 때문에 사람들의 활동이 많지 않아 음식이 소화가 잘되는 쪽으로 발달했다”며 “음식 섭취량에 비해 운동량이 적은 현대인들에게 잘 맞는 음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에서 인도 요리를 만들고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무척 기쁘다”며 “직접 쓴 인도 요리에 관한 책을 한국에서도 출판해 인도요리의 우수성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정통카레는 매콤하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
《향신료의 매콤하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인 인도 정통 카레.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위치한 인도 식재료 판매점인 할라(02-790-4565)에 가면 각종 인도 요리 재료를 구입할 수 있다. 샤르마 씨가 소개하는 인도 정통 카레 만드는 법.》
○ 쿰 하라다니야(양송이카레)
▽재료=통조림 양송이 600g, 올리브 오일 150g, 가람 마살라 1작은술, 양파 페이스트 150g, 마늘생강 페이스트 50g, 다진 생강 30g, 청양고추 작은 것 5개, 고춧가루 5g, 고수분말 3g, 요구르트 350g, 소금 약간, 다진 고수 잎 60g, 캐슈너트 가루 50g, 통 캐슈너트 10개, 껍질 없는 아몬드 10조각, 흰 후추 1작은술, 휘핑크림 3큰술, 꿀 1작은술, 레몬주스 1큰술.
▽만드는 법=양송이를 4등분해 끓는 물에 살짝 데친다. 냄비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양파 페이스트, 마늘생강 페이스트, 다진 생강을 넣어 젓는다. 재료의 향이 올리브 오일 향과 중화되면 요구르트와 흰 후추를 넣은 뒤 가람 마살라, 다진 청양고추와 고춧가루, 고수분말, 소금을 넣어가며 계속 저어준다. 캐슈너트 가루와 휘핑크림, 다진 고수잎, 꿀을 넣고 함께 끓인다. 어느 정도 끓으면 양송이와 통 캐슈너트, 아몬드, 레몬주스, 소금을 넣고 마무리.
○ 무르그 도 피아자(치킨카레)
▽재료=올리브 오일 약간, 닭 살코기 120g, 가람 마살라(향신료) 1작은술, 강황 1작은술, 삶은 양파 1개, 마늘생강 페이스트 50g, 고춧가루 5g, 소금 약간, 다진 고수잎 약간, 붉은 양파 4분의 3개, 파 약간, 닭고기 육수 1컵, 케첩 1작은술, 레몬주스 약간, 계핏가루 약간.
▽만드는 법=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붉은 양파와 파를 넣어 밤색이 날 때까지 볶는다. 다른 팬에 닭고기 육수, 삶은 양파와 강황, 가람 마살라, 소금, 계핏가루를 넣고 걸쭉해질 때까지 볶은 뒤 믹서에 갈아 30여 분 정도 더 끓인다. 여기에 볶아둔 붉은 양파와 파, 닭고기를 넣고 센 불에 계속 저어주면서 소금과 고춧가루로 간을 맞춘다. 다진 고수잎을 넣고 레몬주스를 두세 방울 떨어뜨린다. 다시 걸쭉해 질 때까지 볶으면 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