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정수도 건설 문제가 다시 정치권의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 여당과 한나라당의 수도 이전 대안을 비교하면 △도시 건설 착공 시기 △행정부처의 이전 범위 △도시의 성격 등 3가지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열린우리당은 2007년 상반기에 공사를 시작해야만 신행정수도 문제가 같은 해 12월 대통령선거에서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을 것이란 주장을 펴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공사 착공 시기를 대선이 끝난 2008년 이후로 잡고 있다.
여기엔 대선 전 공사 착수로 충청권의 표심을 확실하게 다져놓겠다는 열린우리당의 선제공격과 이를 두고 볼 수 없다는 한나라당의 방어심리가 깔려 있다.
열린우리당은 청와대와 외교통상부 국방부를 제외한 부처 대부분을 이전해 종합행정 기능을 갖는 도시를 만드는 안을 마련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7개부만 옮겨 교육 및 과학, 행정기능을 갖는 복합도시를 만들자고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지적하는 정부 여당 안의 맹점은 행정의 중추인 청와대를 서울에 남겨 놓고 나머지 부처 대부분을 지방으로 보낼 경우 행정 효율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는 것.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내심 부처 대부분을 이전시켜 놓으면 청와대도 언젠가는 옮겨갈 수밖에 없게 될 것이란 복안을 갖고 있다.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의 안은 사실상 수도 이전을 하겠다는 것으로 헌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양 당이 간극을 좁혀 단일안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지난해처럼 공방을 벌이다가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구하는 사태가 재연될 수도 있다.
27일 열린 국회 신행정수도후속대책특위 소위에서도 양 당의 갈등 양상이 그대로 표출됐다. 한나라당은 소위가 열리자마자 “들러리를 서는 특위라면 할 필요가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고 열린우리당은 “정부 여당 안은 확정된 게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다. 양 당은 1시간가량 공방을 벌이다 1차례 정회를 한 뒤 회의를 속개했다.
이 같은 정치권의 움직임에 대해 충청권 주민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날 대전 충남 북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350대의 버스를 빌려 서울 대학로로 올라온 뒤 신행정수도 건설 원안의 지속적인 추진을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치렀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최호원 기자 bestiger@donga.com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