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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박주영 신드롬’… 그의 묘기에 한국은 행복했다

입력 | 2005-01-27 18:14:00

신동성 체육과학연구원 수석연구원


《‘박주영 신드롬’. 27일 끝난 카타르 청소년축구대회 4경기에서 9골, 1도움주기를 기록하며 대회 득점왕과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축구 천재’ 박주영(20·고려대). 그의 환상적인 몸놀림에 전 국민이 푹 빠져들었다. 이날 한국 대 일본의 결승전은 심야에 열렸는데도 시청률이 무려 12.8%나 돼 평균 심야 시청률 2%를 6배 이상 웃돌았다. 둘러앉으면 화제는 으레 박주영이고 인터넷 박주영 팬사이트엔 방문자가 폭주하고 있다. 2002 한일월드컵 이후 3년 만에 다시 몰아치고 있는 축구 열풍. 그 한가운데에 박주영이 있다.》

■ ‘천재 박주영’ 무엇이 다른가

박주영은 183cm, 73kg으로 축구선수론 왜소한 편이다. 그런데도 귀신처럼 골을 넣는다. 특히 ‘뻥 축구’를 하지 않고 대부분의 슈팅이 골문 안으로 향한다. 왜 그럴까.

무엇보다 스포츠심리학적으로 최고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체력적인 약점을 지능지수(IQ) 150의 뛰어난 두뇌와 정신력으로 커버한다.

박주영이 골을 물 흐르듯 쉽게 잡아낼 수 있는 것은 빠른 판단력과 냉정함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반응시간(정보를 인지하고 움직이는 시간) 0.250∼0.350초면 뛰어난 수준. 박주영은 0.220초 정도로 더 빠르다.

특히 받아들인 정보를 그대로 행동으로 이어주기 때문에 실수가 없다. 일반 선수들은 볼이 오는 것을 보고 어떻게 찰까 고민하다 무리하는 경우가 많다. 신체는 욕심을 내면 필요한 양보다 더 많은 근섬유가 동원돼 힘이 들어가고 타이밍을 놓치게 된다. 한국 축구가 ‘뻥 축구’가 된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박주영은 무리하지 않는다. 받아들인 정보를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처리하기 때문에 슈팅에 실수가 적다. 또 다양한 정보(우리 공격수, 볼, 상대 수비수, 골키퍼, 공간 확보 등)를 효율적으로 선택해 행동(슈팅, 패스)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그만큼 냉정하다는 얘기다.

신동성 박사

체육과학연구원 수석연구원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

▽박주영은 우리의 희망

‘진짜 (한국 축구의) 희망이고 미랩니다. 꿈에서까지 (오빠가) 나왔다니까요.’(이다솜)

박주영의 개인 미니홈피(www.cyworld.com/cyp10) 게시판이 팬들의 응원 메시지로 터져나갈 지경이다. 2003년 6월 말에 생긴 그의 인터넷 팬카페(http://cafe.daum.net/cyp10)도 최근 회원 수가 급증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도 팬클럽이 조직되고 박주영 공식응원가까지 나왔다. 가수 한승기 씨가 초대 회장을 맡은 ‘박주영 팬클럽’은 27일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회원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팬클럽 발족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한 씨는 자신의 신곡 ‘동해의 꿈’을 편곡한 ‘꿈의 박주영’을 비롯한 박주영 공식응원가 3곡을 선보였다.

▽‘박주영 마케팅’으로 한국축구 살린다

박주영을 관리하기 위한 특별위원회가 생긴다. 대한축구협회는 27일 박주영을 세계적 스타로 키우기 위한 ‘유망주 특별관리위원회’를 긴급 구성했다.

‘조기 발굴 프로그램’을 통해 박주영을 월드스타로 키워 한국 축구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계획. 특정선수를 대상으로 한 관리팀이 생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보국은 이미지 관리, 대외협력국은 해외진출 추진, 기획실은 종합적인 행정 지원을 맡게 된다. 협회는 또 스포츠마케팅 전문가, 국제축구연맹(FIFA) 에이전트 등 전문가들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운다는 복안이다.


▽다시 불붙은 대표팀 발탁 논란

박주영의 대표팀 발탁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2006 독일월드컵 최종예선을 앞두고 있는 대표팀에 박주영이 가세했을 경우 전력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냐를 놓고 찬반 양론이 분분한 것. 이장수 서울FC 감독은 “박주영은 10∼20년 만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선수”라며 “대표팀에서도 충분히 제 몫 이상을 해낼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문선 SBS 해설위원도 “천부적인 골잡이인 박주영을 대표팀에 발탁하면 본인과 한국축구에 모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요하네스 본프레레 대표팀 감독은 여전히 시큰둥한 반응. “좀 더 경험을 쌓으면 한국대표팀의 미래를 짊어질 선수”라는 종전의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한편 박성화 청소년대표팀 감독은 “모두가 원한다면 박주영의 대표팀 발탁 여부를 협의해 볼 수 있다”는 반응이다.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

박주영 국제대회 골기록날짜상대전적득점비고2004년 2월 21일일본1-0 승1청소년대표 데뷔 골

2004년 6월 26일브라질1-0 승1

 2004년 9월 28일예멘4-0 승2아시아청소년선수권 득점왕(6골) 및 최우수선수2004년 9월 30일태국1-1 무12004년 10월 6일일본 2-212004년 10월 9일중국2-0 승22005년 1월 16일중국3-2 승2카타르대회 득점왕 및단일국제청소년축구대회 다득점 한국신기록(9골)2005년 1월 18일우크라이나3-2 승32005년 1월 27일일본3-0 승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