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핵심 포스트에 출신 지역 및 대학에 따라 자연스럽게 역할 분담이 이뤄지고 있다. 청와대는 ‘연세대 영남’ 출신이 강세를 이루고 있고, 정부는 ‘서울대 서울-경기’ 출신, 열린우리당은 ‘고려대 호남’ 출신이 주요 보직을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판단력은 연세대, 실무능력은 서울대, 정치력은 고려대가 강하다’는 속설까지 나오고 있다.
청와대의 경우 김우식(金雨植) 대통령비서실장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386 핵심 측근이 연세대 인맥의 핵심이다. 천호선(千皓宣) 국정상황실장, 윤태영(尹太瀛) 제1부속실장, 윤후덕(尹厚德) 업무조정비서관, 김만수(金萬洙) 부대변인 등이 연세대 출신이다.
이들과 더불어 영남 인맥이 청와대의 주요 보직에 올라 있다. 청와대 내 차관급 이상 14명만을 보면 영남(5명)과 호남(5명)의 비율이 같다. 그러나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정책실장과 민정수석비서관,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이 영남 출신이다. 비서관급 중에서도 핵심인 총무비서관과 공직기강비서관이 노 대통령과 같은 부산상고 출신이다. 호남 출신으로는 김완기(金完基) 인사수석비서관과 이병완(李炳浣) 홍보수석비서관 등이 있으나 이 수석은 그나마 건강상의 문제로 사의를 표명한 상태.
정부는 이해찬(李海瓚) 총리와 19명의 장관 중 서울대 출신이 12명일 정도로 압도적이다. 특히 이헌재(李憲宰) 경제, 김진표(金振杓) 교육, 오명(吳明) 과기부총리 등이 모두 서울대 인맥이다. 부총리 전원이 수도권 출신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여권을 지탱하는 한 축인 열린우리당은 고려대와 호남 강세가 뚜렷하다. 당의 양대 포스트인 당 의장과 원내대표가 모두 고려대 출신에 호남이다. 김덕규(金德圭) 국회부의장 역시 고려대 출신. 호남 출신이 많은 것은 당의 뿌리와 관련이 깊다. 호남을 텃밭으로 했던 민주당에서 분당해 당이 만들어지면서 자연히 호남 출신 중진이 많은 것이 특색이다.
참여정부 들어 학맥과 지연(地緣)을 중심으로 한 알력은 과거 정권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공직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청와대의 핵심보직을 놓고 여전히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존재한다. 노 대통령이 민정수석과 인사수석을 영호남 출신으로 배치하고 있는 것도 과거와 같은 특정지역의 인사전횡을 막기 위한 궁여지책이다.
또 지방대 및 상고 출신이 많은 것도 이전 정부와는 색다른 측면이다. 내각에는 곽결호(郭決鎬) 환경부 장관과 박홍수(朴弘綬) 농림부 장관이 지방대 출신이고, 청와대 김우식 대통령비서실장과 김병준(金秉準) 정책실장, 오정희(吳正熺) 공직기강비서관, 정상문(鄭相文) 총무비서관 등이 상고를 졸업했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