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총리를 지낸 김진표(金振杓) 열린우리당 의원이 교육부총리로 발탁됨에 따라 그가 난마처럼 얽힌 교육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육 관련 단체들은 “교육에 경쟁의 논리를 도입하려는 부적절한 인사”라며 임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어 당분간 갈등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정책 어떻게=김 신임 교육부총리는 27일 임명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초중고교 교육은 공교육을 튼튼히 해서 신뢰를 얻어야 한다”며 “대학교육 개혁을 통해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훌륭한 인재를 키워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교등급제, 대학별 본고사, 기여입학제 금지 등 ‘3불(不) 정책’에 대해서는 “하나하나 따져봐야 되는 사안”이라며 신중하게 대답했다.
그러나 그의 발언 전력으로 볼 때 초중고교 교육은 공공성을 강조하는 기존의 교육부 정책을 유지하겠지만 대학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획기적인 개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교육을 경제적인 효율성만으로 재단할 생각은 없다. 교육의 공공성과 효율성이 조화될 수 있도록 (시민단체들과도) 논의하겠다”고 밝힌 것은 마찰을 줄이기 위한 발언으로 보인다.
그는 “대학 입학제도에 있어 가능하면 대학에 자율권을 줘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돈이 많다는 이유로 입학시키는 것은 국민 정서상 용납되지 않는다”며 “인적자원을 효과적으로 개발 양성하지 않으면 선진국가가 될 수 없다는 소신과 구상을 가져 왔다”고 강조했다.
교육 개방에 대해서도 “당초 정부 정책의 방향대로 시행해 나가는 일이 적절하다고 본다”면서 “우리 교육 상황에 맞는 개방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쟁력 강조하다 잦은 마찰=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대학은 산업이다”고 강조했고 김 부총리도 교육 경쟁력을 역설해 온 만큼 대학 개혁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해 4월 총선에 출마했을 때 “대학은 기업이 원하는 이공계 인력을 제때 공급할 수 있도록 맞춤식 주문생산이 가능한 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부총리 시절 서울 강남 집값 상승의 원인을 교육정책 실패 때문이라고 보고 여러 정책을 내놓았다가 교육부와 교원단체의 반발을 샀다.
2003년 9월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의 성공을 위해 학원단지를 만들겠다”고 했는가 하면 10월 국정감사에서는 “집값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 강북 등에 특목고와 자립형 사립고를 많이 세워 강남으로 학부모들이 몰리는 현상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교육계 반발=보수, 진보적인 교육단체 모두 김 부총리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혀 순조롭지 않은 출발을 보일 것 같다. 특히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은 그를 ‘평준화 해제론자’로 지목하고 “강력한 반대 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히고 있다.
전교조는 “대학 개혁의 논리로 교육부총리를 임명한 것은 국민의 교육 개혁 요구를 외면하는 것”이라며 “참여정부 초기 경제부총리로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 인사에게 교육을 맡기는 것은 교육을 실험 대상으로 본다는 발상”이라고 밝혔다.
함께하는 교육시민모임 김정명신 대표도 “교육 문제를 판교신도시에 학원단지를 유치하는 방식으로 풀려는 교육철학을 갖고 있는 인물이 교육수장을 맡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최호원 기자 bes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