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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카페]‘한국문학의 사생활’ 펴낸 김화영 교수

입력 | 2005-01-28 17:09:00


고려대 불어불문학과 김화영 교수(사진)는 2002년 가을부터 스물네 명의 문인들을 서울 대학로 문예진흥원으로 초청해 ‘금요일의 문학 이야기’라는 문학 토크쇼를 청중 앞에서 가졌다. 그는 그때 나눴던 이야기들을 녹음해 두었다가 새로 펴낸 책 ‘한국문학의 사생활’(문학동네)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그는 당시 한 번에 두 명씩 짝을 지어 문인들을 초청했다. 김춘수-고은, 황지우-이인성, 하성란-윤대녕 씨 같은 이들이다.

대표적인 문학평론가인 김 교수는 “나로서 우리 문단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들 가운데 썩 잘 어울리거나, 아주 대조적인 사람 둘씩을 모셨다”며 “가령 이청준-이승우 씨를 초청한 것은 내로라하는 진지함을 가진 작가 두 사람을 꼽은 결과였다”고 말했다. 불러놓고 보니 두 사람은 고향이 모두 전남 장흥이었고, 이승우 씨는 ‘소문의 벽’ 같은 이청준 씨의 작품들을 교과서처럼 여기면서 수십 번씩 들여다봤음이 드러났다.

김 교수는 “문학작품이 나오면 사회적 맥락이나 내적 구조처럼 딱딱한 걸 분석하는 건 평론가들 몫”이라며 “초청된 문인들한테서 책은 몇 권 팔렸느냐, 상금은 어디다 썼느냐, 그 이야긴 어떻게 떠올렸느냐, 하는 시시콜콜한 (그러나 사실 중요한) 이야기들을 꼬치꼬치 물어봤다”고 말했다. 그의 그런 의도 덕분이었는지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시인과 소설가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일일연속극을 보는 듯하다. 2인조 코미디언 같은 성석제-심상대 씨의 능청스러우면서도 화려한 입심들에 배를 잡고 킬킬대다가, 이문열-김원우 씨가 주머니 속을 뒤집듯 털어놓은 대조적인 창작법을 읽으면서는 신기한 느낌마저 든다.

김 교수는 “‘문학의 사생활’이지 ‘작가의 사생활’은 아니라서 스캔들이나 비리 폭로 같은 건 다루지 않았다”며 웃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구미호 소설을 쓰고 있는 하성란 씨가 캄캄한 방에 혼자 앉아 여우처럼 팔다리를 말면서 ‘지금 내가 여우라면 어떻게 할까’ 생각하곤 한다고 털어놓은 게 기억에 오래 남는다”고 꼽았다.

그는 “독자들이 문학에 다가설 ‘뒷문을 열어두자’고 생각해서 펴낸 책”이라며 “녹음을 그대로 받아 적은 이야기들을 우선 작가들한테 보내줬는데 ‘이 대목은 지워 달라’는 요청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