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예술인 창작 마을인 ‘헤이리’(경기 파주시 탄현면 통일동산내)가 요즘 군 당국과 심각한 마찰을 빚고 있다.
가끔씩 마을 내에서 군사 훈련이 벌어지고 있으며 마을 야산에서 진지 보강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게다가 최근엔 건물 신축 시 군 당국의 동의를 받도록 절차가 강화돼 예술인들의 불만이 크다.
헤이리는 예술인 370여 명이 창작과 주거를 병행하기 위해 조성한 마을. 15만 평 부지에 2001년 착공해 현재까지 30여 개의 갤러리와 박물관, 영화촬영소 등이 들어섰다. 올해는 100여 개의 건축물이 신축될 예정.
이곳은 지난 한해 200여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간 명소지만 마을 야산에 올라가면 북한 땅이 보이는 최전방이기도 하다.
28일 오전 헤이리 내 해발 100여m가량인 야산 중턱에 오르자 폭 1m, 길이 150m 가량의 진지가 눈에 띄었다. 앞을 가리는 나무 수십 그루는 베어진 상태. 그 위쪽에도 100여m에 이르는 진지가 구축돼 있었는데 일부는 쓰레기가 뒤엉켜 있었다.
이 지역을 관할하는 부대는 최근 “지난해 말 한 갤러리 신축과정에서 진지가 훼손됐다”며 “산에 새로운 진지를 구축해달라”고 헤이리사무국에 요구했다.
입주 예술인들에 따르면 지난해 봄 총을 멘 군인 20여 명이 한 갤러리 앞에서 사격자세를 취하며 훈련을 벌이는 등 가끔씩 마을 내에서 군 작전이 벌어지고 있다.
또 최근엔 건물 신축 시 군 당국의 동의를 받도록 절차가 강화됐다. 지난해까지는 통일동산이 개발촉진지구였기 때문에 건물 신축 시 파주시청의 허가만 받으면 됐다. 그러나 지난해 건설교통부가 개발촉진지구 지정을 해제하는 바람에 군 당국이 작전성 검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사실 헤이리는 군사시설보호구역내에 있기 때문에 건물 신축 시 군의 동의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헤이리사무국은 “개발촉진지구 시절 헤이리 조성 사업 계획 전체에 대해 승인을 받았는데 이제 와서 다시 개별 건축물에 대한 군 동의를 받으라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지역 군 관계자는 “헤이리는 북한과 가까워 유사시 중요한 작전을 수행해야 하는 지역”이라며 “예술인 마을로서의 특수성을 훼손하고 싶지는 않지만 군 작전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의 개발만 가능한 것이며 훈련과 진지보강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