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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의 서울]영화 ‘킬러들의 수다’와 예술의 전당

입력 | 2005-01-28 17:53:00

영화 ‘킬러들의 수다’는 예술의 전당이라는 아름다운 공간을 배경으로 ‘웃기는 킬러’들의 좌충우돌을 보여준다. 폭발물 전문가 정우(신하균)가 예술의 전당 내 음악당과 서울서예박물관 사이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해 자동차에 장치한 폭탄을 터뜨리려 하고 있다(아래 사진). 킬러들이 청부 살인을 자행하는 오페라하우스는 예술의 전당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건물로 디자인은 조선시대 선비들의 갓 모양을 모티브로 했다. 권주훈 기자


최근 발생한 심부름센터 직원들의 엽기적인 납치살해극은 이제 ‘청부 살인’이라는 끔찍한 범죄가 아주 먼 다른 나라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려줬다.

하지만 청부살인업자를 소재로 한 영화 ‘킬러들의 수다’가 개봉됐던 2001년 당시만 해도 이 영화는 색다른 소재를 골랐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는 ‘친구’ ‘신라의 달밤’ ‘조폭마누라’ ‘두사부일체’ ‘달마야 놀자’ 등 ‘조폭 영화’가 봇물을 이루던 때였다. 청부살인이란 그만큼 먼 이야기였고, 영화도 살인청부업자를 만화 속의 주인공처럼 묘사한다.

리더인 상연(신현준)을 중심으로 폭파전문가인 정우(신하균), 총기 전문가인 재영(정재영), 상연의 동생 하연(원빈)은 그림 같은 집에서 같이 살며 서로를 끔찍이 챙기고 부도덕한 의뢰는 거절할 줄도 아는 살인청부업자들이다.

클라이맥스는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연극 공연 중에 벌어지는 배우의 암살. 검경 합동수사반이 극장 안팎을 삼엄하게 경계하는 가운데 상연 일당은 의뢰받은 살인을 수행해야 한다.

사전답사 차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 전당을 찾은 이들 4인조는 오페라하우스 동쪽 주차장에 쫙 깔린 경찰을 보고 말문이 막힌다.

“원래 저 정도 있는 거냐?”(재영) “우리 어디 경찰서 왔냐?”(정우)

4인조가 의뢰를 맡아야하는지를 놓고 회의를 벌이는 장소는 오페라하우스 뒤편 야외무대다. 우면산 자락을 ‘자연 객석’으로 삼고 있는 이곳은 서초동 일대가 시원하게 보여 전망이 좋다.

야외무대 뒤로는 백제에 불교를 전한 인도의 승려 마라난타(摩羅難陀)가 세웠다는 대성사가 있고, 사찰을 지나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면 우면산 생태공원이 나온다. 가벼운 등산코스로 좋다. 결국 킬러들이 택한 전략은 ‘성동격서(聲東擊西)’. 정우가 폭탄으로 경찰들의 시선을 돌리는 사이 재영이 총을 써서 목표를 제거한다.

정우가 음악에 맞춰 자동차를 폭파하는 곳은 콘서트홀이 있는 음악당과 서울서예박물관 사이 길. 가로 43m 세로 9m에 달하는 세계음악분수가 있으며 아기자기한 조경으로 걷는 맛이 있는 곳이다. 음악당과 서예관 사이의 음악광장에서는 야외공연과 야외영화제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형사들이 킬러들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화려한 공간은 오페라하우스 로비다. 내부가 뚫린 원통 형태로 돼 있어 중앙에 들어서면 5층까지 트인 홀을 볼 수 있다. 은은한 조명에 난간과 마감재 일부가 금색이어서 마치 유럽의 궁전에라도 온 듯한 느낌. 공연과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개방된다. 의자가 많고 1층의 편의점과 5층의 자동판매기가 있어 싼 값에 즐거운 데이트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갓을 모티브로 했다는 오페라하우스 건물도 웅장하면서 아름다운 건축예술품이다. 레고 블록으로 만든 것 같은 발랄한 외형의 한가람미술관에서는 현대미술 전시가 많이 열린다. 내부에 넓고 조용한 공간과 의자가 많아 휴식 공간으로 그만이다. 미술관 옆 예술자료관 2층에 있는 한국영상자료원에서는 단돈 500원으로 각종 영화 비디오를 볼 수 있다. 지하철 3호선 남부터미널역 5번 출구에서 걸어서 10분 거리.

예술의 전당 홈페이지 www.sac.or.kr, 한국영상자료원 홈페이지 www.koreafilm.or.kr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