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채용비리 수사가 활기를 띠는 것은 검찰이 “돈을 준 경우 자수하면 기소유예나 불입건 등으로 처리하겠다”고 밝힌 게 결정적이었다.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의 당사자에 대해 이례적으로 선처 방침을 밝힌 것에는 여러 가지 포석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입사자가 1079명에 이르러 이들을 모두 조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또 수사가 장기화할 경우 지역경제에 미칠 악영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검찰로서는 어떻게든 수사를 신속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했다.
돈을 준 사람에 대해 적용할 처벌 조항을 찾기가 쉽지 않았던 것도 선처 방침을 정한 배경. 회사 인사팀 관계자에게 돈을 준 사람에 대해서는 배임 증재로 처벌이 가능하지만, 노조 간부나 채용 브로커에게 돈을 줬을 경우에는 애매하다.
검찰은 채용 대가로 돈을 받은 노조 지부장 정병연(鄭丙連) 씨에 대해 배임 수재가 아니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돈을 받은 사람에게 배임 수재를 적용할 수 없는 경우 돈을 준 사람에 대해서도 배임 증재를 적용할 수가 없다.
입사자격이 되지만 돈을 준 경우에는 업무방해죄도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어쨌든 검찰의 ‘자수자 관용’ 방침 발표는 일단 성공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광주=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