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흘리던 어릴 때부터 테니스 코트는 놀이터였다.
테니스장을 운영하던 아버지 곁에서 라켓과 공은 장난감. 그래서 자연스럽게 테니스 선수의 길에 접어들었고 어느새 세계 정상을 바라보는 꿈나무로 우뚝 성장했다.
한국 테니스의 차세대 에이스 김선용(18·양명고·세계 주니어랭킹 1위). 29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주니어 남자 복식 결승에서 그는 이추환(대만)과 짝을 이뤄 정상에 올랐다.
이어 30일 열린 단식 결승에선 세계 2위인 왼손잡이 도널드 영(16·미국)에게 0-2(2-6, 4-6)로 져 2관왕 등극에 실패했으나 한국 남자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메이저대회 주니어부 준우승컵을 안았다. 결승이라는 부담 탓인지 첫 서브의 성공률이 떨어졌고 상대보다 15개나 많은 41개의 에러를 한 게 패인. 여자 선수로는 전미라(삼성증권)가 1994년 윔블던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었다.
김선용은 “2주 동안 20경기 가까이 치르다보니 힘이 달려 단식 결승에선 볼을 쫓아다닐 수 없었다”며 “아쉽지만 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기쁘다”고 말했다.
비록 단식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지만 김선용은 이번 대회를 통해 아시아 테니스계를 이끌 재목으로 주목받았다. 준결승전까지 5경기에서 4경기를 역전승으로 장식하며 끈질긴 뒷심을 보였고 2회전 때는 처음으로 최고 시속 200km를 넘는 강서브를 터뜨렸다.
그랜드슬램 대회 주니어부는 스타 탄생의 산실. 현재 남자 단식 세계 1위 로저 페데러(스위스)와 2위 앤디 로딕(미국)은 1998년과 2000년 US오픈 주니어부 단식에서 각각 준우승, 우승을 차지했다.
또 과거 여자 세계 1위였던 마르티나 힝기스(스위스)는 1994년 윔블던 주니어부 챔피언 출신이며 현 세계 1위 린제이 데이븐포트(미국)는 1992년 US오픈 주니어부에서 우승했다. 186cm의 당당한 체구에 6년째 삼성증권의 지원을 받고 있는 김선용 역시 될성부른 떡잎이라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한편 이날 열린 남자 단식 결승에선 4번 시드 마라트 사핀(러시아)이 3번 시드 레이튼 휴잇(호주)에게 3-1(1-6, 6-3, 6-4, 6-4)의 역전승을 거뒀고, 전날 여자 단식 결승에선 7번 시드 세레나 윌리엄스(미국)가 톱시드 데이븐포트에게 2-1(2-6, 6-3, 6-0)로 역전승해 2년 만에 정상에 복귀했다.
▼김선용 누구▼
△생년월일 : 1987년 5월 26일
△출생지 : 서울
△신체조건 : 186cm, 73kg
△소속 : 양명고 3학년
△테니스 시작 : 10세
△국제대회 : 단식우승 6회
△좌우명 : 최선을 다하자
△취미 : 음악 감상
△가족관계 : 아버지 김한중 씨(48)와 어머니 오영애 씨(46)의 2남 중 막내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