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사상 첫 자유민주선거인 30일 총선은 기대감과 설렘보다는 불안과 긴장 속에 치러졌다. 저항세력은 이날 총선을 무산시키기 위해 전역에서 극렬한 테러공격을 감행했으며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 시절 집권세력이던 수니파는 사실상 선거를 보이콧했다. 이라크 민주화를 향한 첫걸음은 이렇게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로 어렵사리 시작됐다.
▽테러로 얼룩진 선거=이날 전국적으로 저항세력의 테러로 숨진 희생자는 최소 36명, 부상자는 96명에 달했다. 수도 바그다드는 물론 북부도시 모술과 키르쿠크, 남부도시 바스라 등 전국에 테러폭력이 난무했다.
바그다드에선 투표소와 유권자에 대한 자살 폭탄공격이 7차례나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2건은 차량 폭탄테러였다. 나머지 5건은 유권자를 가장해 투표소에 들어가 벌인 자살 폭탄테러였다. AFP통신은 바그다드 내 ‘사드르시티’의 한 투표소에 박격포탄이 떨어져 유권자 4명이 죽고 7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인구 250만 명의 사드르시티는 정치적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예상되는 시아파 집단 거주지역으로 수니파 저항세력의 테러 대상이었다. ▽총선 외면한 수니파=수니파 집중 거주지역인 팔루자, 바쿠바, 라마디, 사마라, 모술 등에서는 투표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바쿠바, 모술, 사마라 지역은 투표가 시작된 뒤 1시간 동안 박격포 수십 발이 발사돼 유권자들의 발걸음을 묶었다. AFP통신은 “반미 저항이 극심했던 팔루자의 거리는 이날 미군과 이라크군의 순찰 차량만이 눈에 띌 뿐 주민들을 찾아볼 수 없는 ‘유령의 도시’였다”고 전했다.
북부 수니파 도시인 모술에서는 미군과 이라크 보안군이 길거리에서 확성기를 통해 투표 참여를 호소했지만 역시 투표소는 텅 비어 있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수니파의 저조한 투표율은 총선 이후 국가 분열의 불씨가 될 것이라고 외신은 진단했다.
▽꼬리 문 시아파의 투표 행렬=반면 인구의 60%를 차지해 정치적 주류로 부상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푼 시아파의 선거 열기는 뜨거웠다. BBC방송은 “새벽부터 40∼50명의 유권자가 도착하는 바람에 바스라 중부의 한 투표소는 5분 일찍 문을 열었다”고 보도했다.
특히 남부 시아파 성지 나자프에서는 투표소로 향하는 도보 행렬이 이어졌고, 노약자와 장애인들도 당나귀가 끄는 수레를 타고 총선에 참여했다. 트럭 운전사인 아티야 하모드 씨는 “오전 7시에 집을 떠나 7km나 걸어 투표소에 도착했다”면서 “이라크동맹연합(UIA)에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아파 최고 성직자인 알리 알 시스타니 씨는 시아파 정당이 주축인 UIA에 투표할 것을 지시하는 칙령을 발표했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