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사진전문 화랑 ‘카메라 옵스퀴라(Camera Obscura)’에서 개인전(지난해 12월 1일∼올해 2월 5일)을 열고 있는 사진작가 구본창 씨(51·사진)가 전시 중간에 짬을 내 잠시 귀국했다. ‘탈’을 주제로 한 이번 사진전이 현지 평론가들과 언론의 호평을 받고 있다.
작가는 “한류(韓流) 영향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쾌활하게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탈 사진 19점과 흰 벽에 붙어 있는 담쟁이 흔적으로 시간의 경과를 느끼게 하는 ‘White’ 시리즈 12점이 화랑 위, 아래층으로 나뉘어 전시되고 있다.
작가는 “파리 사람들에게 한국의 이미지는 아예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최근 한국 영화 덕분에 한국 문화가 많이 알려지고 있다”며 “여백의 미를 강조하는 동양적 아름다움에 대해 파리 사람들도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력 일간지 리베라시옹은 그의 작품에 대해 ‘시간의 흔적과 거기서 생긴 작은 상처들까지도 감싸 안는 따뜻함이 느껴진다’며 ‘일본식 완벽주의와는 거리가 먼, 서둘러 대충대충 만든 듯한 종이 탈의 독특한 느낌도 좋지만, 그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부동성(不動性)의 인상이 지배하는 이 사진들이 주는 친근함’이라고 평했다.
구본창씨 작품'탈'이 전시된 파리 카메라 옵스퀴라화랑
구 씨가 이번에 선보이고 있는 ‘탈’ 시리즈는 탈춤 같은 공연이 아니라 탈의 표정에서 우러나는 생명체로서의 개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 그는 “탈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이자 끈이며, 늘 죽음을 안고 다니는 그 무엇”이라고 말했다.
백자의 ‘비어 있음’을 주제로 한 그의 다음 사진작품도 아시아 문화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여유를 갈망하는 이들을 염두에 둔 것이다. 세월의 흐름을 보여주는 가벼운 흠집들, 손맛을 느끼게 하는 비대칭의 형태감 등이 백자 사진작업의 초점. 이를 위해 그는 우선 소장가들의 협조를 얻어 일본 내 조선 백자들을 찍을 계획이다.
작가는 최근 700권 한정으로 사진집 ‘시간의 그림(Portraits of time)’(6만 원·호미)도 발간했다. 1998∼2001년 작업한, 검은 돌이 가라앉아 있는 제주의 강물 속 풍경과 시간의 흔적 연작 등 45점과 친필사인을 곁들였다. 사진집 구입 문의 김영섭사진화랑(02-733-6331).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