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의 인수합병(M&A) 매물로 꼽히는 진로의 매각 일정이 확정되면서 국내외 기업의 진로 인수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일본계 기업을 중심으로 외국 기업들이 대거 진로 인수전에 참여할 움직임이다.
진로가 비록 법정관리 중이지만 지난해 영업이익만 2000억 원 이상 올린 알짜 기업이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진로를 둘러싼 외국 기업들의 인수 전쟁=현재 진로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거론되는 외국 기업은 20여 곳에 이른다.
아사히맥주 기린맥주 산토리위스키 등 일본계 주류회사들은 CJ 롯데 등 국내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나설 전망이다.
이들은 진로의 막강한 유통망을 활용해 국내 주류시장에 진출하려는 목표와 함께 진로의 일본 현지법인인 ‘진로 저팬’을 이용해 일본 주류 유통시장에서의 자사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국적 주류업체인 ‘얼라이드 도멕’과 ‘인베브’ 등 이미 국내 주류시장에 진입한 기업들은 영업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OB맥주 등 국내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계 기업들이 이처럼 진로 인수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진로가 법정관리 상태임에도 지난해 매출 7347억 원에 영업이익 2219억 원을 올릴 정도로 내실이 탄탄한 ‘알짜기업’이기 때문.
주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을 헐값에 매입해 짭짤한 수익을 올렸던 외국계 투자회사들에 매년 수천억 원의 이익을 올리는 진로는 놓쳐선 안 될 매물로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진로의 인수전이 달아오르면서 인수가격이 치솟자 자금부담을 느낀 국내 기업들이 앞 다퉈 외국 기업에 컨소시엄에 참여하도록 ‘구애’를 편 것도 외국 기업 참여 확대의 원인으로 꼽힌다.
진로 인수전에 참여의사를 밝힌 D사의 한 관계자는 “인수전에 나서기로 한 국내 기업 대부분이 외국계 투자회사들과 컨소시엄 구성을 위한 접촉에 나서고 있다”고 귀띔했다.
▽진로 해외채권단은 최대의 수혜자=진로 몸값은 매각 작업 초기 1조3000억∼1조8000억 원대에서 현재는 3조 원대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처럼 몸값이 치솟을 경우 최대의 수혜자는 진로 채권의 70% 이상(정리채권 기준)을 보유한 진로의 채권단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진로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일부 외국계 채권단은 진로 부도(1997년 9월) 직후인 1998년 2000억 원가량의 진로 채권을 700억 원대에 매입하기도 했다”며 “현재 거론되는 금액 수준으로 매매계약이 체결되면 이들은 1000억 원대의 이익을 볼 것”으로 추정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