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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고복수씨 아들 흥선씨, 쓰나미 실종 한달만에 시신 발견

입력 | 2005-02-01 18:01:00

1일 시신으로 발견된 고흥선 씨와 함께 실종된 약혼녀. 동아일보 자료 사진


“장례미사를 올리던 날 때마침 눈이 오더니 막내동생이 시신이나마 돌아온다는 뜻이었나 봅니다.”

지난해 12월 26일 남아시아 지진해일(쓰나미)로 태국 팡아 주 카오락에서 실종됐던 방송음악작가 고흥선 씨(41)의 시신 발견 소식이 가족에게 알려진 것은 1일 오후 4시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형 영준 씨(50·가수)는 “시신이라도 찾아서 다행이다”며 애써 담담해 하면서도 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

‘황성옛터’를 부른 작고한 가수 고복수 씨와 황금심 씨의 차남인 흥선 씨는 TV 드라마 ‘여인천하’ ‘다모’ 등의 배경음악을 작곡한 것으로 유명하다.

흥선 씨는 지난해 12월 19일 결혼을 앞둔 약혼녀 이근순 씨(31) 등 5명과 함께 태국 관광에 나섰다가 참변을 당했다. 그달 24일경 ‘푸껫에서 카오락으로 이동한다’고 연락했던 것이 가족에게 남긴 마지막 인사가 됐다.

영준 씨는 지난해 12월 31일 직접 동생의 사망을 확인하기 위해 태국 푸껫까지 갔다. 일주일을 찾아 헤매다 결국 빈손으로 돌아온 그는 귀국한 뒤에도 내내 죄책감에 시달렸다.

“죽은 지 49일이 되도록 장례를 치르지 않으면 영혼이 편하게 떠나지 못한다고 해서 지난달 30일 약혼녀와 함께 합동미사를 치렀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동생의 결혼식 사진을 아버지 영정에 올리고 싶었는데….”

태국 주재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흥선 씨의 시신은 카오락의 임시 시신안치소에서 한국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직원에 의해 발견됐다. 1차 확인을 거쳐 법치학전문가인 조선대 윤창륙(尹昌陸) 교수가 직접 시신의 치아와 생전 치아 기록을 비교해 최종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준 씨는 “하루라도 빨리 시신을 인수해 가족묘지에 안장하고 싶다”고 말했으나 시신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정식 절차를 밟아야 해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한편 약혼녀 이 씨의 오빠인 이진오 씨(35)는 “흥선 씨의 시신을 찾았으니 동생의 시신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면서 “결혼식은 못 올렸지만 함께 안장해 영혼을 달래고 싶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