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은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북한을 초청하는 문제에 대해 1일 “현재로서는 북한의 참여에 대해 구체적으로 협의된 것이 없고, 생각해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반 장관은 이날 주례 내외신 브리핑에서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APEC에 북한의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 초청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데 대한 의견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정 장관은 지난달 30일 다보스포럼에서 “북한이 11월 APEC 정상회의에 참여할 수 있다면 6자회담 당사국이 한자리에 모이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반 장관은 이날 “(정 장관의 발언은) 북핵 문제가 타결되면 APEC 정상회의에서 선언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와 희망을 피력한 것”이라고 말했다.
브리핑 직후 외교부 안팎에서는 “반 장관이 결과적으로 정 장관을 면박준 것처럼 돼버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외교부 내부에서는 “APEC 정상회의의 성공보다 김 위원장의 방한 여부가 핵심이 되는 것은 본말의 전도”란 목소리가 적지 않다.
통일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 장관의 발언은 외교부 실무진과 사전 협의를 거친 것”이라며 “뒤통수 맞은 기분”이라고 불쾌해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