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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국군포로 가족이 훈장 반납하는 나라

입력 | 2005-02-01 18:08:00


국군포로 한만택 씨(72) 가족이 엊그제 청와대를 방문해 정부가 한 씨에게 수여했던 화랑무공훈장을 반납했다. 지난해 말 한 씨가 탈북한 후 중국 공안에 체포돼 다시 북송(北送)되기까지 정부가 보여준 무성의에 대한 항의로 보인다. 훈장은 받은 당사자와 가족에게 명예롭고 소중한 물건이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그런 훈장을 되돌려준 한 씨 가족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럼에도 정부 유관부처는 각자 할 일을 다했다는 식이라고 하니 어이가 없다. 지난해 말 한 씨 가족의 통보를 받은 국방부는 한 씨가 국군포로 출신임을 외교통상부에 지체 없이 알렸고, 외교부는 이 사실을 중국 외교부에 곧바로 전달했다고 주장한다. 칠순 노인이 다시 사지(死地)로 끌려간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책임질 일이 없으니 할 일도 더는 없다는 말처럼 들린다.

지난주 중국 정부로부터 한 씨의 북송 사실을 통고받은 뒤의 정부 대응 또한 비판받아 마땅하다. 정부가 한 일이라곤 주한 중국대사를 불러 유감을 표명한 것이 전부다. 최소한 북한에 대해 강력한 항의 및 한 씨 송환 촉구 성명이라도 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러니 국민은 오죽하면 한 씨 가족이 훈장을 반납했겠느냐고 보는 것이다.

한 씨 북송사건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는 김동식 목사 납북사건에 대한 미국의 대응과 대비된다는 점에서 더욱 우리를 참담하게 한다. 미 상하원 의원 20명은 최근 김 목사의 신변에 관한 ‘완전한 설명’과 해결을 촉구하는 서한을 북한에 보냈다. 정부가 미 의원들만큼의 관심만 가졌더라도 한 씨가 다시 북한으로 끌려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한 씨 송환을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한다. 한 씨의 사례가 어떻게 귀결될 것인지 500여 명 국군포로들의 가족이 지켜보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한 씨 가족의 호소를 외면한다면 그들은 더 이상 정부를 정부로 인정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