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들의 단체 중 가장 크고 오랜 전통을 가진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가 3년 임기의 새 회장 선거를 24일 치른다. 이번 선거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새 회장이 10월에 열리는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주빈국 조직위원회의 집행위원장을 맡기 때문이다. 게다가 2007년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출판인회의(IPI)도 준비해야 한다.
후보등록 마감일이었던 지난달 31일 이정일 현 회장과 박맹호 민음사 회장이 등록했으며, 2002년 선거에 나왔던 임홍조 영재교육 사장도 다시 후보로 나섰다. 이 회장과 임 사장은 교과서와 교재를 펴내는 출판인이며, 박 회장은 단행본을 펴내는 출판인이다.
임 사장의 출마를 예상하지 못한 이 회장은 “그 분(임 사장) 주변의 분들한테서 두루 지지한다는 뜻을 받았는데…”라면서 의외라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주빈국을 유치해온 사람으로서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나서기로 했다. 1년도 안 남은 상태에서 ‘사람’을 바꾼다는 게 일을 어렵게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후보로 나설 것을 권유하는 출판인들의 잇따른 방문과 통화를 받은 뒤에 지난달 30일 제주도로 가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괴로웠지만 이제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출협이 원래 기능인 출판 문화계의 싱크탱크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글로벌 시대에 맞는 창조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애쓰겠다”고 말했다.
임 사장은 “출판계와 정부, 출협과 (단행본 출판사가 많은)파주출판단지 사이의 대화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점을 전임 회장들을 만나가면서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 후보는 공통적으로 “지금 어느 때보다 단행본과 교재를 펴내는 출판인들로 갈라져 있으며 대화합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주빈국 행사는 단행본을 펴내는 출판사만으로도, 교재를 펴내는 출판사만으로도 제대로 치러낼 수 없다. 남은 기간 페어플레이가 이어져 24일 이후로는 ‘큰 일 앞에 강한 한국인’의 모습을 출판계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