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노력해도 운 좋은 사람은 못 따라온다니까요.”
KBS2 드라마 ‘해신’(연출 강일수·극본 정진옥·수목 밤 9:55) 인기의 주역 송일국(34)은 요즘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을 ‘운’으로 돌렸다. ‘해신’은 지난주 주간 시청률 30.7%(TNS미디어코리아 조사)를 기록해 SBS ‘봄날‘과 1, 2위를 다투고 있다.
송일국은 극중에서 장보고(최수종)를 살해하는 염장 역을 맡아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장보고와 경쟁하는 상단에 속한 라이벌이자 정화(수애)를 두고 사랑싸움을 벌이는 연적. 하지만 카리스마와 개성이 강한 악역이다. 또 정화를 향한 애절한 사랑이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어 주인공인 장보고에 맞먹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염장의 관점에서 드라마를 보게 돼 장보고의 설평 상단이 나쁘게 보인다” “염장과 정화 아가씨를 맺어 달라”는 등 송일국 지지 글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현재 그는 드라마 4편과 영화 3편의 출연 제의를 받아 놓고 있다. 그는 “일에는 한없이 냉정하지만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약해지는 염장의 캐릭터가 시청자들의 연민을 자아내고 있는 것 같다”며 멋쩍게 웃었다.
‘조연’ 송일국이 주연에 맞먹는 인기를 얻은 경우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래서 그는 ‘주연 킬러’로 불리기도 한다.
지난해 KBS2 주말극 ‘애정의 조건’에서도 그는 조연이었으나 후반에 주연급으로 부상했다. ‘애정의 조건’은 장수(송일국)가 은파(한가인)의 과거를 용서하지 못하고 구박하자 은파가 은택(지성)에게 도망가는 줄거리였다. 하지만 제작진은 송일국의 인기가 올라가자 극의 초점을 다시 그에게 맞췄다.
그가 맡은 악역이 높은 인기 덕분에 멋진 캐릭터로 뒤바뀐 일도 있다. 2002년 KBS1 TV소설 ‘인생화보’에 출연했을 때 그는 냉혹한 형식 역으로 출연했다. 그러나 초반부터 송일국의 연기가 호응을 얻자 형식은 멋있는 캐릭터로 바뀌기도 했다.
‘해신’의 연출을 맡은 강일수 PD는 “송일국이 차가우면서도 여린 염장의 이중적 캐릭터를 120% 소화하고 있다”며 “‘해신’은 장보고의 드라마여서 염장의 비중을 늘릴 수 없지만 두 배역 사이의 긴장감은 계속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송일국은 카리스마 짙은 차가운 캐릭터를 자주 맡았다. 그러나 정작 그는 “소심한 A형이자 푼수”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스태프 사이에서는 ‘순수하고 맑은 사람’으로 통한다.
“가끔 제 이름으로 기사 검색을 하는데 예전에는 한 달에 하나 나올까 말까 했어요. 그런데 요새는 거의 하루에 하나 꼴로 올라오더군요. 유명해지긴 했나 봐요.”
유명해지니 뭐가 달라졌느냐고 묻자 그는 한참 생각했다.
“전에는 방송국에 들어갈 때 경비 아저씨께 인사를 드려도 잘 몰라보더니 요즘엔 인사하면 활짝 웃어 주세요.”
수원=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