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프리뷰]‘클로저’표 사랑과 유혹에 관한 톡톡 명대사

입력 | 2005-02-02 18:19:00

사진 제공 이노기획


카메라 렌즈 속으로 낯선 피사체가 들어오듯 어느 날 불쑥 내 삶 속에 들어온 사람. 첫눈에 사로잡힐수록 ‘운명’이라는 믿음은 강해진다. 그러나 ‘운명적인 사랑’은 생애 한 번일까? 한 사람을 사랑하면서 동시에 또 다른 운명적 만남에 사로잡히는 이중의 진실은 가능할까?

3일 개봉하는 ‘클로저’는 짧고 명징한 대사들을 통해 잔인하리만치 섬세하게 사랑이라는 ‘신화’의 살을 발라낸다.

○ 타인(Stranger)

“안녕, 낯선 사람?” 런던의 일간지 부고 담당 기자 댄(주드 로)에게 스트립 댄서 출신의 미국인 여행자 앨리스(나탈리 포트먼)는 이렇게 첫 인사를 한다. 출근 인파로 북적이는 도심, 한눈을 팔던 앨리스는 차에 부딪히고 댄의 팔에 안긴다. 둘은 함께 살게 된다.

주드 로

앨리스의 체험을 소설로 출간하게 된 댄은 책 표지에 실릴 사진을 찍기 위해 만난 사진작가 안나(줄리아 로버츠)에게 첫눈에 반한다. “이리와요, 아름다워요.” 키스 후 안나는 묻는다. “그녀에게 미안하지도 않아요?” 댄은 답한다. “그녀는 정말 사랑스러워 떠날 수가 없어요.…당신을 만나야겠소.”


○ 운명(Destiny) & 복수(Revenge)

줄리아 로버츠

안나에게 구애를 퍼붓던 댄의 장난 채팅이 인연이 돼 피부과 의사 래리(클라이브 오언)와 결혼한 안나. 그러나 래리가 결혼 후 첫 출장에서 돌아오던 밤 안나는 결별을 선언한다. “댄을 사랑해요.” 래리는 묻는다. “그 자식 나보다 잘해?”

사랑에 빠졌다는 댄의 고백을 들은 앨리스는 울며 저주한다. “숙명처럼 말하네. 사랑은 순간의 선택이야. 거부할 수도 있는 거라고.” 댄은 답한다. “난 이기적이야. 더 행복해지고 싶어.”

이혼 수속을 위해 마주 앉은 래리와 안나. 돌아오라고 애원하던 래리는 안나에게 ‘사인’과 맞바꿀 조건을 내건다. “한 번만 섹스해 줘.” 그러나 안나와 래리의 ‘거래’를 알아챈 댄은 분노로 이성을 잃는다. “우린 끝났어. 순수함을 잃었다고.”

다시 래리에게 돌아간 안나를 되찾겠다며 울먹거리는 댄에게 래리는 승자의 경멸어린 냉소를 보낸다. “넌 사랑을 알려면 멀었어. 타협이 뭔지 모르거든.”

나탈리 포트먼

○ 진실(Truth)

연적 래리의 도움으로 떠나간 앨리스를 스트립 바에서 찾아낸 댄. 앨리스는 재결합에 들떠 있지만 댄은 오직 그녀가 래리와 잤는지 아닌지가 궁금하다. “난 진실을 원해.” 앨리스가 영원히 자신을 떠나간 뒤에야 댄이 알아낸 진실은 4년을 함께 산 여자, 앨리스의 이름조차 본명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 잡담(Chat)

클라이브 오언

영화 ‘졸업’(1967년)으로 오스카를 거머쥐었던 이 영화의 감독 마이크 니콜스(73)가 브로드웨이 배우 출신이라는 사실을 먼저 기억해야 한다. 네 명의 배우들은 마치 연극무대에 선 것처럼 짧고 리드미컬하게 ‘치고 받는’ 대사와 얼굴 클로즈업을 통해 섹스 신 한 번 없이 사랑의 처참한 극점으로 육박해 간다.

‘더 가까이(Closer)’라는 제목은 역설이다. 불임의 사랑처럼 연인들은 키스 이상으로는 서로에게 밀착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다만 사랑의 행위를 적나라하게 ‘지껄일’ 뿐이다. 한두단어에 감정을 압축한 짧은 문장들이 구사돼 영화로 영어 공부를 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썩 괜찮은 교재다. 18세 이상 관람 가.

정은령 기자 r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