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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의 서울]영화 ‘썸’과 강남 코엑스몰

입력 | 2005-02-04 18:02:00

스릴러 영화 ‘썸’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 등 인공미의 절정을 노래하는 공간을 배경으로, 서울을 마치 SF영화 속의 미래도시처럼 그려 낸다. 영문도 모르는 채 마약사건에 휘말린 방송 리포터 서유진(송지효)이 코엑스몰 밀레니엄 광장 계단에서 형사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있다(아래). 코엑스몰의 시작부인 밀레니엄 광장은 젊은 층 유동인구가 특히 많아 이곳의 풍경은 우리 사회 젊은층의 트렌드를 그대로 반영한다. 박주일기자


친구에게서 마약 거래의 증거물이 담긴 MP3플레이어를 우연히 건네받은 방송 리포터 서유진(송지효)은 영문도 모르는 채 쫓기는 신세가 된다. 게다가 유진은 그날 겪는 일들이 모두 전에 한번 일어났던 것 같은 이상한 기시감에 시달리게 되고….

‘접속’ ‘텔미썸딩’의 장윤현 감독은 ‘동시대성(同時代性)’에 집착한다. 스스로도 영화 속에 당대의 유행과 ‘코드’를 적극적으로 담으려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영화 ‘썸’(2004년 작)은 그런 동시대성을 극한까지 추구한 작품이다. 영화 속의 서울이 현실 속의 공간이 아닌 SF의 미래 도시처럼 보일 정도다. 영화의 배경은 서울 강남 테헤란로, 목동 까르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 주변 등 새로 조성된 시가지 일대다.

특히 영화 중반부 차량 추격전이 펼쳐지는 긴박한 장면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촬영했다.

‘현대성’을 추구하려는 감독의 의도에 코엑스몰보다 더 어울리는 장소가 있을까.

시설면적이 총 3만6000평으로 올림픽주경기장 면적의 14.5배에 이르는 이곳은 19세기 유럽 공상가들이 꿈꾸던 지하도시의 현신(現身)이라 할 만하다. 극장 서점 은행 음반점 음식점 카페 패션매장 등 218개의 점포가 있어 원한다면 하루 종일 태양을 보지 않고 쇼핑과 여가, 문화활동을 즐길 수 있다.

코엑스몰의 복도에 서서 스쳐 지나가는 무수한 인파를 바라보노라면 몰 전체가 거대한 지하의 강물처럼 느껴진다. 그 강의 수원지에 해당하는 곳이 영화에서 유진이 지하조직의 리더를 만나기로 한 장소인 밀레니엄 광장이다.

코엑스몰 시작부에 해당하는 이 광장은 지상인지 지하인지, 실내인지 야외인지를 딱 잘라 구분하기 어려운 독특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872평의 이 광장을 지나가는 사람은 하루 8만여 명. 대부분이 젊은 층이라 기업들은 신상품 발매 행사를 위한 최적의 장소로 여기고 있다. 외국 언론사 취재진도 한국 젊은이들을 인터뷰할 때 곧잘 이곳을 찾는다.

코엑스몰 내에는 자녀들과 함께 즐길 만한 시설이 많다. 하루 총관객 수로 세계 기록을 갖고 있는 멀티플렉스 극장인 메가박스(www.megabox.co.kr)는 스크린이 총 16개로 영화 선택의 폭이 넓다.

테마형 수족관인 코엑스 아쿠아리움(www.coexaqua.co.kr)의 무빙벨트에 서면 상어 등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수많은 어종이 바로 머리 위를 헤엄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쉬는 날 없이 운영한다.

대형 서점인 반디앤드루니스(www.bandibook.com)와 X박스 체험관이 있는 세중게임월드도 들러볼 만한 곳. 매장 안내와 내부 지도, 각종 할인 정보와 이벤트 행사 정보 등은 코엑스몰 홈페이지(www.coexmall.com)에서 얻을 수 있다.

영화에서 추격전이 벌어지는 코엑스몰의 지하통로는 미로처럼 복잡하다. 아셈타워, 인터컨티넨탈호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등 이 일대 11개 주요 건물과 이어져 있다. 영화에서 유진이 신기해 하며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특이한 외양의 건물은 포스코 사거리 옆에 있는 동부금융센터. 거대한 역삼각형과 배불뚝이 구조가 강한 인상을 남기는 건물이다.

‘대한민국의 돈이 모이는 곳’인 데다 전통과 역사에 대한 부담이 덜해 이 거리 주변에는 과시적인 디자인의 건물이 많다. 포스코센터, 아이파크타워, 글라스타워, LG강남타워 등이 대표적인 건물. 그러나 그 독특한 디자인들이 몇십 년이 지난 뒤에도 계속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끌지는 지켜볼 일이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