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산·천성산 고속철 관통반대 시민종교 대책위원회 소속 회원들이 지난해 3월 경남 밀양시 삼량진읍 미전리 경부선 고속철도 공사현장에서 기존노선 백지화와 대안노선 마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잇따라 내려진 천성산 터널공사 환경영향조사 결정과 새만금 간척사업 취소·변경 판결은 대형 국책사업에 대해 환경단체가 얼마나 신중하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보여준 극명한 사례다.
전문가들은 “환경단체의 극단적인 반발은 대형 국책사업이 정치적인 이유로 결정됐기 때문에 나온 것”이라면서도 “앞으로 환경단체가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문제 제기를 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역량을 기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계명대 김인환(金仁煥·환경과학부) 교수는 “정부가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잘못도 있지만 환경운동도 제도권을 벗어난 과격한 사상적인 투쟁을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세대 나태준(羅泰俊·행정학과) 교수도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행정도 문제가 있지만 환경운동도 무작정 반대가 아닌 대안 중심의 운동으로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단체가 지나치게 사회적 이슈가 되는 큰 문제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기존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경남 밀양대 이병인(李炳仁·환경공학과) 교수는 “1993년부터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지역주민의 의견과 전문가 그룹의 조언을 받도록 돼 있기 때문에 작은 문제부터 초기 단계에서 환경단체들이 개입해야 극단적인 투쟁도 없고, 성공확률도 높다”고 말했다.
환경단체가 환경영향평가를 할 수 있는 전문성을 길러야 한다는 요구도 많다.
실제로 2003년 2월 지율 스님이 천성산 터널공사 중단을 요구한 1차 단식을 중단하면서 문재인(文在寅) 대통령민정수석과 중재안을 놓고 협상을 벌였을 당시 국내 환경단체들의 ‘실력’이 그대로 노출됐었다.
당시 정부 측과 국내 전문가의 객관성을 불신했던 환경단체 측은 “외국 전문가를 초빙해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고, 그 비용을 정부 측에서 부담해 달라”고 제안했으나 거절당하는 바람에 문제가 더 꼬였다는 지적이다.
외국에서도 주요 국책사업이 환경단체와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되는 일이 적잖이 발생한다.
일본 이사하야(諫早) 만 간척사업은 공사의 90% 이상이 진행됐으나 주민들의 반발로 최근 공사중단명령이 내려지기도 했으며, 중국 정부는 메콩강 상류에 대규모 댐 공사를 강행하려다 주민들과 세계적인 환경단체들의 반발로 이를 보류하기도 했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한 환경운동가가 철도로 핵폐기물을 수송하는 것을 반대해 철로 위에 누워 있다가 열차에 깔려 죽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나라는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개발’과 ‘환경’의 접점을 찾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부설 에너지대안센터의 한 관계자는 “독일 원자로안전위원회는 최소 3년 동안 시민 의견을 수렴해 방사성폐기물처리장 부지를 선정하도록 하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